지난해 3월27일(현지시각) 미얀마 군부를 이끄는 민 아웅 흘라잉 총사령관이 수도 네피도에서 국군의 날 행사를 지휘하고 있다. 네피도/로이터 연합뉴스
지난해 2월 쿠데타로 권력을 찬탈한 미얀마 군부가 자신들을 우호적으로 보도해온 언론사 기자까지 체포했다. 기자회견에서 군부 정권을 거슬리게 하는 질문을 던졌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에이피>(AP) 통신은 23일(현지시각) 익명의 미얀마 언론인을 인용해 군부 정권에 동조하는 기사를 써왔던 <뉴 히스토리 포 피플>의 윈 우 편집장과 <데 퍄우>의 자우 민 우 편집장이 지난주 수도 네피도에서 열린 정보부의 기자회견에 참석한 뒤 전격 체포됐다고 전했다. 두 매체는 인터넷·유튜브 등을 기반으로 한 소규모 언론이다. <에이피>는 이들이 “군부 정권에 우호적인 매체에서 체포된 첫 번째 언론인들일 것”이라고 전했다.
두 언론인이 체포된 명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기자회견에서 군부를 불편하게 하는 질문을 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윈 우는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을 ‘수 엄마’라는 명칭으로 네 번 부른 것으로 전해진다. ‘수 엄마’는 수치 고문의 지지자들이 쓰는 “애정이 어린 명칭”이라고 통신은 설명했다.
자우 민 우는 군부와 중앙 정부에 저항해온 카렌민족연합 사이 휴전협정과 관련해 질문했다고 군부에 비판적 온라인·라디오 매체 <버마의 민주적 목소리>가 전했다. 미얀마에선 오랫동안 소수 민족을 중심으로 반군 단체가 활동하고 있다. 카렌민족연합은 미얀마 동부에서 활동하는 주요 반군이다. 군부는 이들과의 휴전협정을 자신들의 성과로 내세워 왔는데, 이와 관련해 비판적인 질문을 던져 체포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민 아웅 흘라잉 총사령관이 이끄는 미얀마 군부는 2020년 11월 선거에서 수치 고문이 이끄는 민족민주동맹이 압승을 거두자 선거 결과를 부정하며 지난해 2월1일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후 자신들에게 비판적인 언론사를 사실상 모두 폐쇄하고, 공포 조장·가짜뉴스 유포·반정부 선동 같은 혐의를 적용해 150명에 가까운 언론인을 체포했다. 이번에 체포된 윈 우와 자우 민 우는 네피도의 교도소에 수감된 것으로 전해진다.
수치 고문 역시 여러 혐의를 뒤집어쓰고 지금까지 총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수치 고문이 77살인 것을 고려하면 더 이상 정치 활동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도인 것으로 해석된다.
조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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