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의 대표적 휴양지 발리의 해변. EPA 연합뉴스
다국적 경매회사 ‘소더비스’가 인도네시아 ‘위디 보호구역’에 대한 배타적 이용권을 경매에 부치려 해 환경단체가 비판하고 있다.
소더비스가 경매를 추진하는 지역은 인도네시아 동쪽 끝의 말루쿠 우타라(북말루쿠)주에 있는 1만헥타르(100㎢)에 이르는 해양 보호구역으로 경기도 동두천시(95.7㎢)와 비슷한 면적이다. 이 보호구역에는 섬 100여개가 있으며, 주변엔 유명한 산호 군락지인 ‘산호 삼각지대’와 바다 거북이, 고래 상어 등 멸종 위기종의 서식지가 포함돼 있다. 소더비스는 경매 사이트에서 이 지역에 대해 산호 군락과 150㎞ 길이의 해변이 있는 “외따로 떨어진 별천지 천국”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이 “경매가 관광지 개발과 심각한 자연훼손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비판해, 애초 8일부터 시작하려던 경매는 인도네시아 당국의 개입으로 내년 1월 말로 연기됐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가 1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인도네시아 해양수산부는 지난 5일 성명을 내어 위디 보호구역의 섬들을 관리하는 ‘피터 리더십 아일랜즈 인도네시아’(PT Leadership Islands Indonesia·LII)가 “경매 진행에 필요한 적절한 허가를 얻지 못했다”며 경매를 중지시켰다.
이에 대해 피터 리더십 아일랜즈 인도네시아는 이번 사업과 관련해 2014년부터 정부와 협의해왔으며 정부에서 각종 승인과 권고 등을 받았다고 밝혔다. 소더비스는 경매를 연기한 이유는 관심이 과열돼 참여자들에게 검토 시간을 더 주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섬이 1만7천개나 되는 인도네시아에서 섬 이용권을 사고파는 일은 과거에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처럼 보호구역이 포함된 광대한 지역의 이용권이 경매에 부쳐진 것은 이례적이다. 현지 환경단체 ‘잘라 이나’(Jala Ina)의 관계자는 “이런 규모의 경매가 공개적으로 진행된 것은 처음이어서, 관련 정보가 소셜미디어로 빠르게 퍼져나가며 모든 이들의 눈길을 끌었다”고 말했다.
소더비스는 위디 보호구역 자체가 아니라 이 지역을 관리하는 피터 리더십 아일랜즈 인도네시아의 지분을 경매에 부쳤다. 인도네시아 법이 외국인의 섬 소유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경매 낙찰자들이 피터 리더십 아일랜즈 안도네시아의 지분을 소유해 위디 보호구역 개발 이후 권리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피터 리더십 아일랜즈 쪽은 위디 보호구역의 0.005%만 개발할 예정이라며 “세계에서 가장 저밀도의 섬 휴양지 개발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대규모 보존과 자연보호는 우리 회사 미래 전망의 핵심”이라며 지속가능한 관광 개발로 자연훼손이 최소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환경단체는 지속가능한 관광은 가능하지 않다고 본다. 현지 환경단체의 관계자는 “인도네시아에서 지속가능한 관광을 본 적이 없다”며 “스노클링 같은 별것 아닌 일도 환경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린피스 관계자도 “보호구역에서 지속가능한 개발이란 건 공염불일 뿐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자연을 그대로 내버려 두는 것”이라며 “리조트와 항구, 비행장은 모두 자연환경을 바꾸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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