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첫 항공모함 랴오닝함의 모습. 신화 연합뉴스
해전에서는 함정의 질보다 물량이 승부에 더 중요할 수도 있다는 군사 전문가의 지적이 나왔다. 비교적 소규모 첨단기술 위주의 미군 해군이 미래 해전에서 물량 위주의 중국 해군에 불리할 수 있다는 경고이다.
미국 해군전쟁대학의 샘 탠그레디 교수는 17일(현지시각) 해군연구소가 내는 저널 ‘프로시딩’ 1월호에 ‘큰 함대가 이긴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해전에서 질적 우위인 소규모 함대는 승리의 길이 아니다”라며 “배가 많은 쪽이 거의 항상 이긴다”고 말했다.
그는 역사적으로 벌어진 28차례의 해전을 분석한 결과, 수적으로 우위에 있는 쪽이 이긴 경우는 25차례였고, 기술 우위에 있는 쪽이 승리한 경우는 3차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가 분석 대상으로 삼은 해전은 기원전 500년 경의 고대 그리스-페르시아 전쟁에서부터 임진왜란과 아편전쟁, 나폴레옹 전쟁, 세계 1·2차 대전, 미-소냉전시기의 대리전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그는 “세 번을 빼고는 모두 수적으로 우위에 있는 쪽이 이겼고, 수가 비슷하면 전술·전략이 뛰어나거나 지휘력이 앞서는 쪽이 이겼다”고 밝혔다. 그는 1800년대 일어난 나폴레옹 전쟁을 사례로 들며 “당시 프랑스 전함들이 디자인이나 건조 기술에서 앞섰지만 결국 수적 우위에 있던 영국 함정들이 나폴레옹 군대의 영국 상륙을 저지했다”고 말했다.
텐그레디 교수는 이런 역사적 선례에 비춰 미 해군이 기술 우위로 중국 해군의 양적 증가에 맞서겠다는 전략은 잘못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1월 국방부가 공개한 ‘2022년 중국군사력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해군은 함정 수에서 2020년 미국을 앞질렀고, 현재 340척에 이르는 함정을 2년 안에 400척으로 늘릴 계획이다. 반면 미국 해군은 현재 함정이 300척에 못 미치며 2045년이 되어서도 350척에 그칠 예정이다.
미군은 물량에서 뒤지는 것을 앞선 기술력으로 보완한다는 계획이다. 국방부는 ‘2022년 미국 해군 운항 계획’ 보고서에서 “세계는 새로운 전쟁의 시대에 돌입했으며, 여기서는 함대의 크기보다는 기술과 개념, 파트너, 체계의 통합이 전쟁의 승리를 결정지을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탠그레디 교수는 “역사적으로 보면 ‘숫자는 중요하지 않다’거나, ‘우리 배는 훨씬 성능이 좋아서 숫자가 적어도 된다’거나 하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 그런 주장은 역사적 증거에 무지한 가정”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미국이 국제적 영향력을 유지하고 싶다면 해군기지 확대가 필요하다”며 “기존 기지가 유사시 피해를 보면 대체하도록 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과의 해전은 소규모인 미국 해군 전력이 중국 앞마당에서 대규모 중국군과 맞붙는 형태가 될 것“이라며 “미국의 지도자들은 수적 우위 없는 기술적 우위에 어느 정도 도박을 할 수 있을지 자문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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