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현지시각) 인도 뉴델리의 <비비시> 사무실 앞에서 인도-티베트 국경 경찰이 경비를 서고 있다. 뉴델리/AFP 연합뉴스
인도 당국이 총리에 비판적인 다큐멘터리를 만든 영국 <비비시>(BBC) 방송이 탈세 의혹이 있다며 조사를 하고 있다. 야권은 당국이 언론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18일(현지시각) <에이피>(AP) 통신 등에 따르면 인도 세무당국은 뉴델리와 뭄바이의 <비비시> 사무소에 대한 사흘간의 조사 끝에 이들이 수입과 이익을 완전히 신고하지 않았다며 17일 탈세 의혹을 제기했다. 세무당국은 “소득으로 신고하지 않은 일부 송금에 대해 세금을 내지 않았다는 몇몇 증거를 수집했다”며 이렇게 밝혔다.
인도 세무당국의 이번 조사와 발표는 <비비시>가 나렌드라 모디 총리에 비판적인 내용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공개한 뒤 나왔다. 지난달 영국에서 방영된 다큐멘터리 ‘인도: 모디 질문’은 인도 서부 구자라트주에서 발생한 무슬림 대학살 사건을 다뤘다.
2002년 이슬람교도와 힌두교도가 충돌한 이 사건으로 무슬림 1000여명이 사망했는데, 당시 구자라트주의 총리가 모디였다. 다큐멘터리는 모디 총리가 사건 조사 과정에서 보인 편파적 태도 등을 조명했다. 힌두민족주의 성향의 모디 총리는 구자라트주가 무슬림 학살을 부추기고 방관했다는 의혹을 부인해 왔다.
인도 당국은 이 다큐멘터리의 현지 방영을 막기 위해 비상 권한을 발동했다. <에이피>는 “프로그램은 당국의 즉각적인 반발을 불렀다”며 “지방 정부는 대학에서 조직된 상영을 금지했고, 트위터와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 플랫폼은 다큐멘터리 접속 링크를 없애달라는 인도 정부의 요청에 응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이번 세무 조사와 탈세 의혹 제기 역시 해당 다큐멘터리에 대한 인도 정부의 반발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인도 야당인 국민의회 지도자인 말리카르준 카르게는 <비비시> 사무실 조사가 언론 자유에 대한 모디 정부의 공격이라고 비판했다. 비정부기구(NGO) ‘국경 없는 기자회’도 “독립적인 언론을 탄압하려는 시도”라고 평가했다.
한편 이날 수브라마냠 자이샹카르 인도 외무장관은 모디 총리를 향한 미국 유명 투자가 조지 소로스의 비판에 날이 선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외무장관은 모디 총리가 민주주의적이지 않다는 소로스의 발언에 대해 “고집스럽고 위험하다”고 비난했다. 소로스는 최근 사기 혐의를 받고 있는 인도 대기업 아다니 그룹과 모디 총리의 유착 의혹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인도 외무장관은 <비비시> 인도 사무실에 대한 수차례 조사가 모디 정부가 권위주의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비난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조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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