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고문방지기구가 현지 당국의 협조 거부를 이유로 오스트레일리아의 구금시설에 대한 실태 조사를 끝내 중단했다.
유엔 고문방지위원회(SPT)는 21일(현지시각) 성명을 내어 조사임무 수행을 방해하는 “장애물” 때문에 지난해 10월 일시 중단됐던 현지 시설에 대한 방문조사 일정을 모두 취소한다고 밝혔다고 <시엔엔>(CNN)이 전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오스트레일리아 연방 정부의 협조에도 오스트레일리아 두 개 주의 구금시설에 대한 제한 없는 접근 문제가 해결되지 않음에 따라 방문조사를 중단하는 것 말고는 대안이 없다”고 밝혔다. 그동안 유엔 고문방지위원회가 현지 당국의 거부로 현지 시설 방문조사를 중단한 것은 아프리카의 르완다가 유일했다.
유엔 고문방지위원회는 지난해 10월 오스트레일리아의 뉴사우스웨일즈주와 퀸즐랜드주의 구금시설을 방문 조사하려 했으나 현지 주 정부 당국의 거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들은 당시 “조사단의 시설 방문이 금지됐고 관련 정보와 자료도 받지 못했다”며 “이는 고문방지협약 선택의정서(OPCAT)를 위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고문방지협약 선택의정서는 유엔 조사관이 가입국의 경찰서와 이민자 구금시설, 사회보호시설 등을 사전 통보 없이 방문 조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는 91개 가입국 중 하나다.
인권단체들은 오랫동안 오스트레일리아가 배를 타고 들어오다 붙잡힌 해외 이주민들을 유치하는 시설을 본토가 아닌 나우루 섬 등 주변 섬나라에 설치하고 이곳에서 장기간 구금하고 있다고 비판해 왔다. 유엔이 지난해 10월 방문 조사에 나선 것은 이런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된 데 따른 것이었다.
당시 유엔 조사단은 조사를 모두 마치지 못한 상태에서 발표한 보고서에서 비자 없이 오스트레일리아에 도착한 이주자들을 기한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장기간 구금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위원회는 특히 10살밖에 안 된 어린이들이 “자주 언어폭력과 인종차별 언어, 독방구금 처분”을 받는 시설에 억류된 것에 “심각한 우려”를 밝히고 오스트레일리아 당국에 개선을 촉구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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