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현지시각) 스리랑카 콜롬보에서 대학생들이 경제난과 정치 혼란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콜롬보/EPA 연합뉴스
스리랑카가 조만간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29억달러(3조8000억원) 규모의 구제금융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스리랑카는 지난해 외채를 갚지 못해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했었다.
7일(현지시각)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라닐 위크레마싱헤 스리랑카 대통령은 이날 “국제통화기금이 요구하는 조처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 총재도 트위터를 통해 “스리랑카 당국이 정책 조치를 취하고 중국과 인도 파리클럽(국제 채권국 협의체)을 포함해 주요 채권자들로부터 보증을 받는 데 진전을 이룬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스리랑카는 코로나19 이후 관광 수입의 감소,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원자재 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 등이 겹치며 1948년 독립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5월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졌었다. 외화보유액이 급감해 부채 원금은 물론이고 이자까지 갚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당시 대통령은 외국으로 도피했고 총리였던 위크레마싱헤 대통령이 이후 취임해 국제통화기금과 협상을 진행해 왔다.
위크레마싱헤 대통령은 6일 주요 채권자 중 하나인 중국 수출입은행이 채무 재조정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스리랑카는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빚을 졌으며, 스리랑카 외채의 약 10%인 51억달러가 중국에 있다. 스리랑카의 채무불이행 선언 후 인도와 다른 채권자들은 일찍 조치에 나섰지만, 중국과의 협의가 늦어지면서 국제통화기금으로부터의 지원 절차도 늦어지고 있었다고 <에이피>(AP) 통신은 전했다.
국제통화기금의 승인은 이달 20일 이뤄질 전망이다. <로이터> 통신은 “스리랑카와 잠비아 등은 중국과 서방이 채무 탕감을 놓고 충돌하면서 국제통화기금의 구제를 확보하는 데 유례없는 지연을 마주했다”며 “스리랑카는 국제통화기금과의 예비 협상 이후 187일을 기다렸다. 지난 10년간 저소득·중소득 국가들이 평균 55일 정도 걸렸던 것과 비교된다”고 전했다.
조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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