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치러진 타이 총선에서 1당으로 부상한 전진당의 피타 림짜른랏 대표가 방콕에서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례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2020년 대규모 민주화 시위 뒤 처음 치러진 타이 총선에서 급진 야당이 대승을 거뒀다. 하지만, 총리는 군부가 지명한 상원의원 250명이 참여한 상·하원 합동 선거에서 뽑기 때문에 야당 압승에도 불구하고 정권 교체가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타이 선거관리위원회는 15일, 전날 열린 하원(500석) 총선거에서 개표율 99% 기준으로 가장 급진적인 전진당(MFP)이 1당,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막내딸인 패통탄 친나왓(36)이 이끄는 타이공헌(푸아타이)당이 2당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잠정 집계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전진당은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합쳐 150석, 타이공헌당은 141석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2001년 이후 탁신 전 총리 계열 정당이 선거에서 줄곧 1위를 차지했는데 이번에 처음 1당을 다른 정당에 내준 꼴이 됐다.
이를 통해 볼 수 있듯 전진당은 20여년 동안 ‘친탁신’과 ‘반탁신’으로 양분됐던 기존 타이 정치 구도를 뒤흔든 것으로 평가된다. 2020년 타이에선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군부 정권에 대한 저항의 상징으로 ‘세 손가락 경례’를 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당시 시위에 참여했던 젊은이들이 전진당의 주요 지지층이다. 이들은 왕실을 모독하면 최대 징역 15년까지 처할 수 있다는 ‘왕실모독죄’ 개정을 공약으로 내건 유일한 정당이기도 했다.
여론조사에서 총리 선호도 1위로 꼽히는 피타 림짜른랏(42) 전진당 대표는 선거가 치러진 14일 밤 “100석을 넘은 것은 전진당과 타이공헌당뿐이다. 연립 정권을 구성하는 것이 가능하다”며 타이공헌당에 연정 구성을 제안했다. 타이공헌당도 연정 구성을 긍정적으로 검토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권 교체의 전망은 밝지 않다. 전진당과 타이공헌당의 의석을 더하면 300석에 육박해 하원 반수를 훌쩍 뛰어넘지만, 총리를 선출할 땐 2017년 개정 헌법에 따라 이날 선출된 하원 의원 500명에 군부가 임명한 상원 의원 250명이 참여한다. 7월로 예정된 상·하원 합동 선거에서 양원 750명 중 과반인 376명 이상 지지를 얻는 이가 총리에 당선돼 정부를 구성하게 된다.
군부 정당인 국민국가권력당(PPRP)과 타이단결국가건설당(RTSC)은 각각 41석과 36석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국민국가권력당은 현 집권당이고, 타이단결국가건설당은 2014년 쿠데타를 주도한 쁘라윳 짠오차 총리가 자신의 지지파를 중심으로 꾸린 정당이다. 이 두 정당(77석)과 군부가 임명하는 상원(250석)에 제3당으로 71석을 얻을 것으로 보이는 중도 성향의 타이명예당(품짜이타이당)이 참여하면 상·하원의 과반을 획득할 수 있다.
타이에서는 지난 2014년 군사령관이었던 쁘라윳 현 총리가 쿠데타를 일으켜 탁신 전 총리 여동생인 잉락 친나왓이 이끌던 민간 정부를 전복했다. 쿠데타 이후 쁘라윳은 군부 인물로 구성된 의회에서 총리로 올랐고 2019년 총선을 치러 형식적인 민정 이양을 했다. 하지만, 군부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선거제도를 활용해 군부 통치를 실질적으로 계속해왔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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