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중국 베이징의 번화가 풍경. AP 연합뉴스
중국시장에 진출한 서방의 소비재 브랜드들이 지지부진한 중국경기 회복에 더해 소비자들의 ‘국산 애용’ 움직임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18일(현지시각) 불과 5년 전만 해도 중국 소비재 시장은 외국제품이 장악하다시피 했으나, 이제 중국 제품들이 품질이 좋아지며 점점 외국제품을 대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컨설팅회사 베인앤드컴퍼니의 상하이지사 파트너인 제임스 양은 “이제 더는 단지 (외국산) 브랜드를 가져와서 가게를 여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돈을 벌기 위해선 더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소비재시장은 여전히 미국에 이어 세계 두번째로 크며, 2026년엔 그 규모가 5조4천억 달러(6914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 브랜드가 놓치기엔 너무 큰 시장이다.
그러나 중국의 소비자들은 중국 경제가 어려움으로 겪으면서 더욱 상품값에 민감해졌고, 중국제품이 이전과 달리 이제는 외국제품들과 견줘 뒤지지 않는다는 인식이 강해졌다. 여기에 민족적 자존심과 애국심에 의해 부추겨진 ‘국산품 애용’ 현상이 더해지며 중국제품의 강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중국의 화장품 ‘퍼펙트다이어리’와 ‘플로라시스’는 2021년 현재 중국 색조 화장품 시장의 합산 점유율을 15%로 끌어올렸다. 6년 전까지만 해도 이들 회사의 점유율은 거의 0에 가까웠다. 홍보대행사에서 일하는 베이징 여성은 미국과 유럽 화장품 브랜드를 이용하다 퍼펙트다이어리로 갈아탔다며 “소비자들 대부분이 과거보다 가격에 더 민감하다“고 말했다. ‘퍼펙트다이어리’의 12색 아이섀도 팔레트는 15달러(약 1만9천원)로, 프랑스 화장품 ‘로레알’의 6색 아이섀도 팔레트(23달러·2만9천원)보다 훨씬 싸다. 로레알의 화장품이 아직은 중국시장 1위를 지키고 있지만 점점 점유율을 중국 제품에 빼앗기고 있다.
중국시장의 중국제 약진은 특히 자국 문화유산에 더 많은 자부심을 느끼고 새 브랜드에 열린 젊은 소비자들이 주도하고 있다. ‘국산 밀어주기’는 공산당과 국가 차원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지난 3월 중국 공산당대회 기간에는 몇몇 대의원들이 국산 애용을 호소하기도 했다.
중국의 이런 애국 소비열풍은 ‘궈차오’(國潮)란 중국말로 압축된다. 궈차오는 중국의 체조 국가대표 출신 리닝이 2018년 뉴욕 패션쇼에서 자국을 상징하는 빨강과 금색의 디자인 컬렉션을 선보인 뒤부터 본격적으로 기세를 올리고 있다. 리닝은 1984년 올림픽 등에서 금메달을 딴 뒤 자신의 이름을 딴 스포츠브랜드를 창업한 인물이다. 중국 남부 선전에 사는 한 30대 여성은 “10년 전만 해도 품질이 앞서는 나이키 신발과 로레알 화장품을 즐겨 찾았지만, 지금은 리닝 스포츠웨어 등 국산품도 품질이 외제에 못지않다”고 말했다.
리닝과 그의 국산 라이벌 ‘안타 스포츠’는 시장점유율을 2020년 19%에서 2024년 22%로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안타 스포츠는 2021년 이미 독일 브랜드인 아디다스를 제치고 시장 점유율 2위에 올랐다.
치약 같은 상품에서도 중국산의 상승세가 거세다. 윈난 바이오 그룹은 중국 시장에서 인삼과 약초 성분의 치약을 내세워 미국의 프록터앤드갬블(P&G)보다 더 많이 팔았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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