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정계 은퇴를 선언한 쁘라윳 짠오차 타이 총리. 로이터 연합뉴스
2014년 군부 쿠데타를 일으킨 뒤 9년 넘게 권력을 쥐고 있는 쁘라윳 짠오차(69) 타이 총리가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짠오차 총리는 11일(현지시각)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자신이 속한 정당인 “타이단결국가건설당을 떠나 정계에서 은퇴한다”고 선언했다. 그는 정계 은퇴 이유를 구체적으로는 밝히지 않은 채 자신의 집권 기간에 “지속 가능한 발전에 초점을 맞췄다”고 주장했다. 임시 총리인 그는 새 총리가 선출될 때까지 총리직을 수행한다.
육군참모총장이었던 그는 2014년 5월 22일 쿠데타를 일으켜 잉락 친나왓 총리 정부를 무너뜨리고 국가평화질서평의회(NCPO)라는 기구를 만들어 의장에 올라 권력을 잡았다. 같은해 8월 군부가 만든 임시 의회가 그를 총리로 지명했다. 선거도 없이 총리로 약 5년간 재임하던 그는 2019년 3월 총선을 통해 총리직을 연장했다. 다만, 이때도 군부 정당인 국민국가권력당(PPRP)은 총선에서 2위였다.
타이 군부는 2014년 군부 쿠데타 이후 상원 250명이 총리 선출에 참여하게 하면서 상원의원 전부를 선거 없이 군부가 지명하게 제도를 바꿨다. 무소속이었던 그는 군부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이런 제도를 이용해 총리직을 유지해 왔다.
짠오차 총리는 5월14일 열린 총선을 앞두고 또다른 군부 정당인 타이단결국가건설당에 합류해 집권 연장을 노렸다. 하지만, 총선에서 타이단결국가건설당은 하원 500석 중 36석에 그치는 참패를 당했다. 또다른 군부 정당인 국민국가권력당 의석도 40석에 머물렀다.
새 총리 선출을 위해 13일 열리는 상·하원 양원 합동 투표에서 그의 이름이 거명될 일은 없어졌다. 눈길은 타이 군부 정권 완전한 종식을 주장하며 지난 총선에서 1위를 한 급진 성향 전진당의 대표 피타 림짜른랏(42)이 총리가 될 수 있을지에 쏠린다. 피타 대표는 11일 페이스북에 영상 메시지를 올려 “타이는 분명히 정치적으로 비정상적인 상태에 있다”며 의원들에게 총선 결과를 존중하는 선택을 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군부 지명 상원 의원과 보수파 하원의원 중 최소 64명 지지가 필요한 상태라 쉽지 않은 상황이다.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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