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레일리아(호주)로 불법 반출됐던 불상이 캄보디아로 되돌아간다.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미술관은 9~10세기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연꽃을 든 관음보살’ 청동상 등 유물 3점을 캄보디아에 반납하기로 했다고 뉴욕타임스가 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관련 업무를 관장한 수잔 템플맨 오스트레일리아 특사는 지난주 캔버러에서 열린 반환 행사에서 “이번 반환은 역사의 잘못을 바로잡고 두 나라 관계를 밀접하게 하고 이해를 높이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캄보디아 정부도 “정의롭지 못한 과거를 바로잡는 중요한 발걸음”이라고 반겼다.
이 불상은 베트남과 캄보디아에 걸쳐 있었던 참파 왕국에서 유래한 것으로,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미술관이 2011년 영국의 유물 거래상 더글러스 래취포드로부터 150만달러(19억원)에 사들인 것이다.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미술관은 이 해 연례보고서에서 이들 유물에 대해 “아마도 올해 취득한 예술품 중 가장 특별한 것”이라며 미술관 소장품에 “관심과 명성”을 가져다 주었다고 예찬했다.
그러나 캄보디아 고대 유물 전문가로 알려졌던 래취포드(2020년 사망)가 여러 예술품의 불법 밀매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게 되면서, 이들 유물이 적법한 절차를 거쳐 거래된 것인지를 두고도 논란이 일었다. 래취포드는 2012년 언론 인터뷰에서 “프랑스 등 서구 사람들이 이들 유물을 보존하지 않았다면 오늘날 고대 크메르 문화에 대해 얼마나 이해하고 있겠느냐”고 자신의 행동을 변호했다.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미술관은 2014년 아시아 유물 5천점의 출처에 대해 독립적인 검토에 들어갔으며, 이에 따라 2021년엔 불법적인 밀매업자와 연관된 유물 17점을 인도에 반환했다.
오스트레일리아 에이비시(ABC) 방송에 따르면, 이번에 캄보디아에 반환되는 유물은 1994년 캄보디아 동부 지역 벌판에서 도굴되어 타이 국경을 넘어 밀매된 뒤 래취포드의 손에 들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래취포드의 딸 나와판 크리앙사크는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미술관과 캄보디아 정부와 함께 이번 유물 반환 작업에 협력했다.
이들 유물은 앞으로 3년 더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미술관에 전시될 예정이다. 그동안 캄보디아는 프놈펜에 이들 유물을 보관하고 전시할 시설을 지을 예정이다.
캄보디아는 영국박물관과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 등에도 고대 캄보디아 사원에서 훔쳐간 유물을 돌려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캄보디아의 고대 유물은 주로 1960년대 이후 잇따른 내전과 집단 학살의 혼란 속에서 불법적으로 도굴되고 도난되어 외국으로 빼돌려졌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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