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국방장관 “북과 연합훈련 논의”…한·미·일 군사협력 맞서나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오른쪽)이 1일(현지시각) 모스크바에서 하칸 피단 튀르키예 외교장관과 회담하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 제공. 로이터 연합뉴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북한과 연합 군사훈련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중·러 연합훈련이 추진되고 있다”는 한국 국가정보원의 국회 보고 내용을 사실상 뒷받침하는 내용이어서 주목된다.

쇼이구 장관은 4일(현지시각) 러시아 남부 휴양지 소치에서 기자들이 러시아와 북한의 연합훈련 가능성을 묻자 “왜 안 되겠는가. 우리는 이웃”이라며 “당연히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현지 인테르팍스 통신을 인용해 보도했다. 쇼이구 장관은 “'이웃은 선택할 수 없다’는 러시아 속담이 있다. 이웃과 평화롭고 조화롭게 사는 것이 더 좋다”고 말했다.

앞서 국가정보원은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에 “쇼이구 장관이 지난 7월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 북한, 중국, 러시아 3국의 연합훈련을 공식 제의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쇼이구 장관의 발언에는 중국이 들어있지 않다. 그러나 중·러간에는 이미 동해 등에서 빈번하게 연합훈련이 이뤄지고 있어, 사실상 북·중·러 3국 연합훈련이 추진되고 있음을 내비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는 2일 타스 통신에 “북한이 중·러와 군사훈련을 함께한다는 계획에 대해 아는 바 없지만 이 지역에서 미국 주도의 군사훈련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 비춰 타당한 방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북한은 그동안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의 도발을 일으키며 지역 내 군사적 긴장을 높이곤 했지만,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해 외국군과 연합 훈련에는 거의 참여하지 않았다. 러시아가 그런 북한을 상대로 연합 군사훈련을 언급하고 나선 건 이례적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미·일 삼각 군사협력이 강화되자, 이에 맞서 북·중·러간 삼각 군사협력을 모색해 힘의 균형을 맞추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박병수 선임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