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보름 넘게 행방이 묘연한 리상푸 중국 국방부장이 당국의 조사를 받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익명을 요구한 복수의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리 부장이 현재 조사를 받고 있다는 게 미국 정부 판단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정보기관의 보고를 받은 이들을 비롯한 미국 관계자들은 리 부장이 해임당한 것으로도 판단된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들은 그렇게 보는 근거를 제시하진 않았다.
지난달 29일 이후 공개석상에 모습을 보이지 않는 리 부장을 두고는 이미 부패 문제 등을 이유로 한 조사설이 퍼진 상태다. 로이터 통신은 리 부장이 이달 7~8일 국경 지역에서 하려던 베트남 국방 지도자들과의 연례 회담을 그 며칠 전 “건강 문제”를 이유로 연기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베트남 관리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리 부장 조사설은 앞서 친강 전 외교부장이 한달간 공개석상에서 사라졌다가 해임된 것과 겹쳐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친 전 부장이 실각하기 전에도 중국 정부는 그의 외교 행사 불참에 대해 “건강 문제”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해임된 리위차오 로켓군 사령관을 두고도 체포설이 나와, 중국 권부에서 숙청 바람이 불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리 부장의 신변에 대한 이상 징후는 람 이매뉴얼 주일 미국대사가 가장 먼제 제기했다. 그는 8일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친강 외교부장과 로켓군 사령관이 실종됐고, 이제 리상푸 부장이 2주 동안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고 썼다.
리 부장은 지난 3월 국방장관 격인 국방부장에 임명됐다. 중국 중앙군사위원회가 7월에 2017년 1월 이후 군사 장비 구매 과정의 부패 의혹을 조사한다고 밝혔는데, 그는 2017년부터 중앙군사위원회 장비개발부장을 맡았다. 그는 2018년 러시아로부터 수호이-35 전투기와 S-400 방공미사일 시스템을 사들였다는 이유로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오른 인물이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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