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북부 우타르 프라데시주 알라하바드에서 일자리를 찾아 농촌에서 온 한 가족이 불가에 앉아 있다. 빠른 경제발전과 정치적 영향력 강화로 주목 받고 있는 인도이지만, 농촌이나 도시 빈민가에서는 새로 태어나는 아이들이 출생증명서를 받지 못해 법적인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등 관료주의로 인한 사회문제가 뿌리 깊이 남아 있다. 우타르 프라데시주는 출생신고율이 가장 낮은 주로 꼽힌다. 알라하바드/AP 연합
행정절차 복잡 출생신고 안해…일부 지역 신생아 등록 캠페인
인도 북부 우타르 프라데시주 아우라이야의 농촌마을 바우푸르의 지난 10년간 공식 출생률은 ‘0’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수많은 아이들이 태어나고 거리에서 뛰어논다. 다만, 출생신고가 되지 않고 출생증명서도 없을 뿐이다. 이들은 법적으로는 인도에 존재하지 않는다. 인도 정부의 복잡하고 불합리한 행정과 거미줄처럼 복잡한 관료주의 절차 때문에 농촌이나 도시 빈민가에서는 신생아 출생신고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인터내셔널해럴드트리뷴>은 최근 인도 관리들의 말을 따, 전국적으로 42% 정도의 신생아가 국가에 등록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도 정부는 1969년부터 출생신고를 하라는 홍보 캠페인을 펴고 있지만, 별 소득이 없다. 출생증명서가 없어도 취학이나 결혼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가난한 농민들은 귀찮은 일을 하려 하지 않는다. 출생신고를 하려면 적어도 5개 관청을 이리저리 거쳐야 하는 데다, 시골 마을에는 출생신고서 양식이나 서류도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바우프르 마을의 출생신고 담당 관리는 “몇년 동안 중앙정부가 서류를 보내주지도 않은 데다 마을에는 컴퓨터도 한 대 없어 공책을 찢어 아이들의 이름만 적어 놓았다”고 말했다. 이달 초 아이를 낳은 이 마을 주민 니자르는 “아이가 농부가 되지 않고 공무원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하지만, 지금까지 출생신고를 하지 못했다. 이대로라면 아이는 공무원이 될 수 없다. 인도 사회가 빠르게 변하면서 이들 ‘미등록 아이’들이 사회 주변부로 밀려날 위험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출생증명서가 없는 아이들은 법적인 지위가 없다. 생년월일도 증명할 수 없고, 여권도 발급받을 수 없다. 공무원도 될 수 없고, 음식 배급도 받을 수 없다. 토지 상속도 불가능하다. 인도 사회가 변하면서 과거와 달리 교육이나 의료 혜택을 받기도 어려워지고 있다. 리마 살라 유니세프 사무차장은 “미등록 아이들은 취약한 처지에 놓여 있다. 영원히 사회의 주변부에서 살아가게 된다”고 말했다. 사실, 인도 인구가 11억이라는 것도 정확한 것은 아니다. 정부가 10년에 한번씩 인구조사를 벌이지만 그 사이의 인구는 정부의 추산치로만 존재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어느 지역에 학교를 더 지어야 하는지, 어느 지역의 유아사망률이 높아 적절한 대응이 필요한지 등을 결정하기 어렵다. 출생등록이 되지 않은 여자 아이들은 결혼 지참금 부담 등을 우려한 영아살해의 희생자가 되기 쉽다. 최근 인도 정부는 ‘미등록 아이들’이 “우려할 만한 사태”라며, 지방정부가 좀더 적극적으로 아이들을 등록시키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렇지만 벽지의 농촌마을에선 아직 먼 이야기이다. 우프라 프라데시주에서 신생아 등록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유니세프 직원 라지브 고살은 “마을 사람들이 아이들을 등록시켜 사회 시스템 안으로 들여보내려 노력하고 있지만, 지금으로선 누구도 이 아이들의 상황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들은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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