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군과 연계된 연구조사선이 인도양을 누비며 광범하게 해양과 해저 환경을 조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모으는 연구 자료들은 주로 잠수함 운항에 핵심적인 것이어서, 중국군의 영향력을 인도양까지 넓히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전략국제연구소(CSIS)는 10일(현지시각) 2020년 이래 중국의 해양 연구조사선의 활동을 분석한 뒤 이런 내용의 보고서를 누리집에 올렸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2020년 이래 지금까지 인도양에서 13척의 배가 조사·연구 활동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의 연구조사에는 에너지 자원 탐사나 해양 생태계 등 민간 연구 목적이 포함되어 있지만 대부분 군사 목적으로도 전용할 수 있다. 이른바 민간-군수 이중용도다. 특히 이들 연구·조사선이 모두 중국군 소속이거나, 중국군과 연계되어 있다는 점은 이들 연구 조사의 군사적 성격을 분명히 보여준다.
예컨대 2020년 샹양홍 6호는 110일 동안 1만㎞를 항해하면서 인도양을 조사했다. 이들은 조사 당시 복잡한 바다 환경에 대한 자료를 축적하기 위해 해저 글라이더와 해상 부유물 등을 운용하기도 했다. 지난해엔 시안 6호가 넉 달 동안 인도양 동쪽 바다를 조사했다. 이들은 연구 조사 활동 중에 중국군 항구에 기항하거나 특정 해역에서 자동 식별장치를 끄고 운항하는 방식으로 구체적인 항로를 숨기기도 한다.
인도양은 중국을 중동이나 유럽과 잇는 핵심 해상 교통로다. 특히 중동의 석유나 천연가스는 페르시아만에서 인도양을 거쳐 남중국해로 들어온다. 최근 중국은 이 해상로를 적극 활용하기 위해 지부티에서 파키스탄에 이르는 전략 거점을 개발해 이용하고 있다. 전략국제연구소의 매튜 푸나이올은 워싱턴포스트에 “인도양은 중국의 전략적, 경제적 이익뿐 아니라 인도와 지정학적 경쟁을 하는 데도 핵심적”이라며 “중국은 대양해군 건설에 진심이며 해양연구 생태계와 국가안보 기구 사이의 경계선을 흐리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전세계적으로도 어느 나라보다 많은 64척의 해양 연구조사선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들 중 적어도 80%는 군사 목적과 연계되어 있는 것으로 의심된다. 이들은 주로 남중국해에서 활동하지만, 몇년 사이에 인도양 출몰이 늘어나면서 지역 긴장도 높이고 있다.
지난주 스리랑카는 인도의 압력을 받고 중국 연구조사선의 영해 진입을 일시 금지했다. 인도는 이들 중국 연구조사선이 스리랑카의 항구를 오가며 인도의 영향권에 있는 해역을 조사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스리랑카의 이번 조처가 얼마나 오래 갈지는 의문이다. 스리랑카는 2000년~2020년 사이에 중국에서 거의 120억 달러(15조원)에 이르는 차관을 얻어다 썼다. 스리랑카로선 지역 강대국 인도와 중국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맞춰갈지 고민거리일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중국이 인도양 해저 조사에 나선 것은 최근 중국의 잠수함 역량 확대와 맞물려 눈길을 끈다. 미국 국방부는 지난해 10월 연례 의회 보고서에서 중국이 핵추진잠수함 12척을 포함해 잠수함 60척을 보유하고 있으며, 2035년까지 80척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평가했다.
잠수함 운영을 위해선 해저 지형과 조류나 염도, 수질 상태 등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필수적이다. 해저 환경은 겉보기와 달리 변화무쌍한 곳이다. 실제 2014년 남중국해 하이난섬 주변 해역에서 중국 잠수함은 갑작스럽게 달라진 해수밀도를 만나 깊은 해구에 가라앉을 뻔한 사고를 겪었다. 중국의 연구조사선들이 이들 정보를 확보하기 위한 활동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미국 국방부도 이런 중국군의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해 보고서에서 “중국군이 인도양에도 잠수함을 전개했다. 이는 중국이 남중국해를 넘어선 해상로를 보호하는 데 관심이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