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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시아·태평양

탁신 총리 사임 배경과 전망

등록 2006-04-05 01:11수정 2006-04-05 09:14

탁신 치나왓 타이 총리가 마침내 거리의 ‘피플 파워’에 굴복했다. 탁신 총리의 전격적인 사임 발표는 그가 정치적 승부수로 띄웠던 조기 총선에서 승리를 선언한 지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나왔다. 그가 이끄는 집권당 타이락타이당이 과반수를 득표했지만, 기권표가 예상을 뛰어넘게 나오자 백기를 든 것이다.

그러나 그의 사임 발표로 타이 정국이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기대하긴 아직 이르다. 탁신 총리는 후계자를 선택함으로써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계속 유지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후계 구도를 그리는 과정에서 반탁신 세력과 마찰이 예상된다. 그의 일가족이 연루된 비리에 대한 처벌을 놓고도 정치적 공방이 벌어질 수 있다. 따라서 지난 수개월간 지속된 타이의 정치 불안이 종식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탁신 총리의 결단은 4일 오후 푸미폰 국왕을 알현한 직후에 나왔다. 관측통들은 푸미폰 국왕으로부터 원하는 답을 얻지 못한 탁신 총리가 사임 결심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푸미폰 국왕으로선 야당과 시민단체의 반정부 시위와, 탁신 정부의 부패와 권력 남용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들의 움직임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탁신 총리는 지난 2월24일 푸미폰 국왕을 알현한 직후 의회 해산 및 조기 총선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탁신 총리는 국민투표 성격을 띤 조기 총선을 통해 정통성을 확보하려 했으나, 무더기로 쏟아진 기권표에 밀려 뜻을 이루지 못했다. 탁신 총리가 이끄는 타이락타이당은 57%의 지지를 얻었지만, 방콕과 남부지역에서 참패함으로써 ‘껍데기 뿐인 승리’를 거두는 데 그쳤다. 탁신 총리는 이번 총선 결과를 지난해 총선 때와 비교해 ‘B학점’으로 표현했지만, 국민들은 낙제점을 매긴 셈이다.

탁신 총리는 친족들이 운영하는 정보통신 재벌 친그룹의 지분을 지난 1월 싱가포르 국영회사에 19억달러에 매각하면서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아 국민들의 반발을 샀다. 민주당과 칫타이, 마하촌 등 타이 3대 야당은 총선을 거부하면서 탁신 총리의 사임을 압박했다. 이들은 총선 뒤에도 탁신 총리의 ‘국가화해위원회’ 구성 제안을 일축하는 등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이제 문제는 탁신 총리가 후계자로 누구를 지명하는냐다. 탁신 총리는 최근 일부 개각을 통해 측근들을 전진 배치했다. 이 때문에 총리직 사임을 염두에 둔 사전포석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탁신 총리를 권좌에서 끌어내린 야당들은 이후 정부 구성 과정에서 탁신 총리의 그림자를 걷어내려 할 것이다. 또다른 정치투쟁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타이가 만성적인 정치불안에 시달리는 필리핀의 뒤를 따르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유강문 기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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