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사찰, 신도 줄자 자구책 부심
무선랜에 음악회…중생속으로
무선랜에 음악회…중생속으로
사무용 빌딩 밀집지역인 도쿄 중심가의 가미야초 지하철역 부근에 있는 고묘지(광명사)의 2층 본당 테라스에선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담소를 즐기는 회사원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이들은 점심시간에 탁자에 둘러앉아 갖고온 도시락이나 절에서 내온 차와 과자를 먹는다. 무선랜 시설이 갖춰져 인터넷을 하거나 비치된 책장에서 자유롭게 책을 꺼내볼 수도 보는 있다. 가끔은 라이브 음악회가 열리기도 한다. 테라스는 날씨가 따뜻한 4~10월에는 늘 열려 있다.
이런 한적한 도심 속 휴식공간을 만든 사람은 이 절의 마쓰모토 게이스케(26) 스님이다. 도쿄대에서 철학을 공부했으나, 오랜 고민 끝에 졸업 뒤 불교에 귀의했다. 절의 주지가 자식에게 절을 대물림하는 게 일상화돼, 도중에 스님이 되는 사례는 매우 드문 일본에선 독특한 이력이다.
마쓰모토 스님은 대도시 중심부에도 많이 자리잡은 절들이 지역공동체의 물리적·정신적 구심점 구실을 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테라스를 개방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일본을 이끌어 온 불교가 오늘날 많이 약화됐다”며 “절이 정말로 해야 할 일을 형해화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절이 장례식을 대행하고 묘를 관리해주면서 돈을 버는 데 안주해 있다는 말이다. 그는 또 사람들이 불교를 더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불교 엔터테인먼트’ 사이트 ‘히간지’(www.higan.net)를 다른 종파의 젊은 스님들과 함께 운영하고 있다.
요코하마의 젠료지(선료사)는 지난해 4월 개호(노인수발) 시설을 개설했다. 고령자들을 절로 데려온 뒤 넓은 경내에서 체조나 운동을 하게 하고 식사와 목욕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루생활이 끝나면 절의 장점을 살려 주지가 고령자들과 함께 불교 경전을 읽으며 마음을 가다듬는다. 이 절 관계자는 “절은 지금 거리의 단순한 풍경이 되고 말았다”며 “사람을 불러들일 수 있도록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최근 일본 절에선 대중 속으로 파고들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신도들의 불교 이탈에 대한 위기감이 가장 큰 이유다. 현재 일본에는 7만8천개의 사찰이 있다. 전국 곳곳에 자리잡은 편의점 갯수가 4만여개인 데 비춰보면, 얼마나 많은지 쉬 알 수 있다. 그렇지만 시주 감소와 장례 간소화 등으로 살림이 넉넉한 절은 전체의 10%도 되지 않는다. 게다가 30% 정도는 전담 주지가 없다. 후계자를 찾지 못해 문을 닫는 절도 잇따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글·사진/도쿄 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도쿄 중심가에 자리잡은 고묘지의 ‘오픈 테라스’에서 직장인들이 다과를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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