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대, 유혈진압에 격앙
경찰 발포로 사상자 잇따라
경찰 발포로 사상자 잇따라
네팔의 갸넨드라 국왕이 2주 이상에 걸친 국민들의 민주화 요구 시위에 결국 손을 들었다.
갸넨드라 국왕은 21일 대국민 연설을 통해 "네팔 왕국의 행정 권력은 오늘부터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7개 정당 연합체에 조속한 시일내 새 총리를 추천해 주도록 요청한다"고 말했다.
민주화를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16일째로 접어든 가운데 네팔 정부는 앞서 수도 카트만두의 통행금지와 발포령을 11시간동안 연장하기도 했으나 국민들의 반발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았다.
앞서 7개 야당이 ‘저항의 날’로 선포한 20일, 수도 카트만두 시내로 진입하는 길목 곳곳에는 매캐한 최루탄 연기와 진동하는 총소리를 뚫고 갸넨드라 국왕에 반대하는 구호가 메아리쳤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이달 초 본격 시위가 시작된 뒤 최대 규모인 10만여명의 시위대는 하루 18시간 통금령과 위반자에 대한 사살명령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카트만두 시내 주변 6~7곳에서 경찰 및 보안군과 대치했다.
차단벽을 설치하고 길목을 가로막은 경찰들은 도심 진입을 시도하는 시위대에게 최루탄을 발사하다가 나중엔 고무탄과 실탄을 퍼부어댔다. 카트만두 서쪽 칼라미 진입로에선 3명이 총을 맞고 사망했다. 네팔에선 지난 15일간 적어도 14명이 숨졌다.
인권단체 ‘인섹’의 쿤잔 아리알은 “많은 사람들이 산에서 내려오는 폭포처럼 언덕에서 도로로 내려서자 경찰들이 무차별적으로 총을 쏘아댔다”며 “경찰이 앰뷸런스의 통행도 막는 바람에 우리 차로 부상자들을 병원으로 옮겼다”고 말했다. 카트만두 모델병원의 의사들은 “사망자 3명 외에 40여명이 머리 등에 총상을 입어 중태”라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오후 이 병원에 난입해 사망자 3명의 주검을 탈취해갔다. 유엔인권위 관계자는 이날 160여명이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카트만두에서 남서쪽으로 500㎞ 떨어진 굴라리야에서도 시위대에 대한 발포로 26명이 다쳤다.
시위대의 분위기도 한층 격앙됐다. 시위 학생 상암 푸델은 “우리들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내놓을 각오가 돼있다. 나라가 없다면 내 목숨도 소용 없다”고 말했다. 다른 시위학생 우탐 슈레스타는 “야당들이 왕과 협상을 한다면 우리는 그들에 대해서도 저항할 것이다. 우리는 더 이상 왕정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또다른 학생 하리슈 달은 “더 이상 저항이 아니라 이젠 혁명이다. 우리는 진짜 민주주의를 원한다”고 말했다. 시위는 21일에도 이어졌다.
네팔주재 미국 대사는 “전제권력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갸넨드라 국왕은 헬기에 매달려 카트만두를 도망치는 것으로 끝장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영국의 <인디펜던트>가 보도했다.
류재훈 기자, 외신종합 hoonie@hani.co.kr
류재훈 기자, 외신종합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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