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지역 나라들이 앞으로 외환위기와 같은 금융위기가 닥치면, 최대 800억달러에 이르는 대규모 자금을 지금보다 훨씬 빠르고 체계적으로 지원받을 수 있는 새로운 체제가 다음달 4일부터 가동된다. 오는 5월4일 인도 하이데라바드에서 열리는 ‘아세안+3’ 재무장관회의에서 ‘위기시 긴급 자금지원 체제’(CMI·치앙마이 이니셔티브)에 대한 합동 서명식이 열린다고 재정경제부가 30일 밝혔다.
‘아세안+3’은 타이·말레이시아·싱가포르·인도네시아·필리핀 등 아세안 5국과 한국·중국·일본을 합친 8개국을 뜻한다.
긴급 자금지원 체제는 어떤 나라가 자금위기 등에 처하면, 참여국들이 즉각 모여 자금지원을 함께 결정해 신속한 지원이 이뤄지도록 하는 체제다. 지금까지는 자금위기가 발생하면, 해당국이 개별 국가에 일일이 자금을 요청하고, 각 나라가 개별적으로 지원을 결정해 긴급상황 대처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었다. 새 시스템에서는 ‘아세안+3’ 의장국에 지원을 요청하면, 의장국이 조정국이 되어 긴급회의를 소집해 공동지원을 결정하도록 했다. 또 위기 때 활용될 수 있는 역내 긴급자금도 현재의 395억달러에서 갑절 수준인 800억달러로 늘리기로 했다. 문홍성 재경부 금융협력과장은 “바뀐 시스템에서는 일시에 대량의 자금이 신속히 공급되므로 위기극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긴급 자금지원 체제는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위기확산을 막고자 2000년 타이 치앙마이 ‘아세안+3’ 재무장관회의에서 처음 구축된 제도다. 역내 회원국 중앙은행들이 위기가 발생하면 국제통화(달러 등)를 일정시점에서 결정된 환율로 빌리고, 계약기간이 지난 뒤 다시 상환하는 ‘스와프 거래’ 제도다. 이번 아세안+3 재무장관회의에서는 이 밖에 아시아 채권시장 발전 방안, 아시아 통화협력 체제 등도 논의한다. 권태호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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