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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시아·태평양

인도네시아 병원마저 무너져…신문지 깔고 진료

등록 2006-05-28 19:02수정 2006-05-28 23:03

사망 4천3백명 육박

“무너진 건물 아래서 두 딸 중 한 명만 구했어요!” 인도네시아 자바섬 중부 족자카르타의 병원 복도에서 다친 아내와 세 살 난 딸과 함께 누워 있던 농부 카리지만은 구하지 못한 딸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다.

“저기 무너진 부엌에 언니가 갇혀 있어요 ….” 족자카르타 남부 반툴마을의 푸르카시 할머니의 언니는 결국 건물 아래서 숨진 채 발견됐다.

27일 새벽(현지시각) 자카르타에서 남동쪽으로 440㎞ 자바섬 중부 족자카르타 일대를 뒤흔든 리히터 규모 6.3의 지진으로 28일까지 최소 3875명이 숨졌다고 인도네시아 정부가 이날 집계했다. 유수프 칼라 인도네시아 부통령은 <비비시 방송>에 “1만~2만명이 이번 참사로 다쳤다”고 말했다. 또 20만명 이상이 집을 잃고 이재민이 됐다.

지진이 발생한 지 하루가 지난 28일 찌는듯한 무더위까지 덮친 현장 곳곳에서 주민들은 대형 구덩이를 파고 코란을 읽으며 주검을 묻기 시작했다고 <에이피>는 전했다. 아내를 묻고 있던 수바르조(70)는 “다리가 아픈 아이를 구하는데, 집이 무너져 아내를 구하지 못했다. 운명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울었다.

족자카르타 남쪽의 반툴마을에 피해가 집중돼 이곳에서만 22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미담 사마위 촌장은 아직도 수천명이 무너진 건물 밑에 깔려 있다고 밝혔다. 이 마을의 한 노인은 “지진이 일어난 뒤 마을에는 집 한 채만 덩그러니 남아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주민들은 지진이 일어난 순간 건물이 시계추처럼 흔들리고 침대가 떠오르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생존자들은 비명을 지르며 다친 아이들과 노인들을 안고 집밖으로 뛰쳐나왔다. 지진해일이 밀려올 것이라는 소문으로 겁에 질려 피난길에 오르는 주민들도 있었다. 최근 활동이 계속돼 온 메라피화산에 가까워 이번 지진이 화산폭발과 대참사로 이어질 것이라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족자카르타와 근처 병원으로는 사망자와 부상자가 밀려들고 있지만 의료진과 시설 부족으로 진료를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태다. 일부 병원들은 지진으로 무너진데다, 병상 부족과 여진 공포로 환자들은 건물 밖 주차장에 마련된 텐트에 플라스틱판이나 신문지만 깔고 누워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의료진들은 부상자들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내부출혈 등으로 목숨을 잃을 수 있다고 걱정했다. 족자카르타 공항도 활주로가 갈라져 폐쇄된 상태여서 구조작업이 더욱 힘들어졌다.

한국 외교통상부는 “피해가 발생한 족자카르타 지역에는 150여명의 교민이 살고 있는데, 일부 교민 가옥과 사업장 벽에 금이 간 것 등을 빼면 특별한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박민희 이제훈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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