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5위 부호…가족경영 유지
지금 세계는 인도 출신 ‘21세기 철강왕’을 주시하고 있다. 다국적 철강기업인 미탈스틸의 락시미 미탈(56) 회장은 최근 세계 2위 아르셀로를 인수·합병하면서 사업에 뛰어든 지 30년 만에 세계 시장 10%를 장악하는 초대형 기업을 만들어냈다.
영국에 살고 있는 미탈 회장은 인도 서부 라자스탄주 출신으로 콜카타의 세인트 사비에르스 대학에서 경영학을 배운 뒤,아버지가 운영하던 가내공장 수준의 제철소에서 일을 도왔다. 1976년 국내 철강 생산을 강력하게 규제하던 인도를 벗어난 미탈 가족은 인도네시아에서 ‘이스팟 인도’를 설립한다. 미탈 회장의 주특기인 인수·합병 전략은 일찍부터 발휘된다. 그는 1989년 매일 10만달러의 적자를 보고 있던 트리니다드토바고의 철강기업을 인수해 아웃소싱 등 미국식 구조조정을 통해 1년 만에 정상화시킨다. 이후 멕시코·카자흐스탄·폴란드 등 각국의 업적 부진에 시달리는 기업들을 차례로 인수해 덩치를 키웠다.
2005년 그는 자신이 소유하던 이스팟과 LNM홀딩스를 통해 미국 철강기업 인터내셔널스틸그룹(ISG)을 인수해, 연간 5천만톤을 생산하는 세계 1위의 다국적 철강기업 미탈스틸을 탄생시켰다. 이에 그치지 않고 캐나다의 스텔코,우크라이나의 크리보리스틸,중국의 후난발린스틸, 그리고 아르셀로에 이르기까지 거침없는 인수 작업을 펼쳐 미탈스틸은 연간 1억만톤에 이르는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됐다.
<포브스>가 지난 2월 발표한 세계 부호 순위를 보면,미탈의 재산은 235억달러(약 23조)로 세계 5위다. 호화로운 생활로도 유명한 그는 2004년 딸의 결혼피로연을 파리 근교 성에서 열어, 인도 영화배우 등 1천여명을 초대해 5일 동안 잔치를 열었다. 전체 경비 6500만달러로 당시 세계 최고액의 피로연이란 말을 들었다.
미탈스틸은 가족 경영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미탈 회장과 그의 외아들인 아디트야 미탈(30)사장이 경영의 두 바퀴를 이룬다. 인수에 앞서 아르셀로 쪽이 미탈스틸에 대해 반감을 가진 이유는 주식의 88%를 일가족이 가진데다 ‘민주주의는 비즈니스와 무관하며,가장 중요한 것은 성장’이라는 미탈 회장의 경영 철학이었다. 새 합병회사도 미탈 일가족이 최대 주주라는 점은 변화가 없지만,지분은 43%로 반감된다. 미탈 회장은 2008년 새 회사의 최고경영자로 취임할 예정인데, 투자자들의 투명한 기업경영 요구를 어떻게 헤쳐나갈지 창업 이후 처음으로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미탈 회장은 인도 국적을 유지하는 등 인도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 그는 “인도인이라는 것이 나의 장점”이라며 “다양한 언어와 민족이 공존하는 인도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한다.
박현정 박중언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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