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테러가 발생한 뭄바이 마힘 역에서 11일 소방대원들과 구조요원들이 희생자들 주검을 끌어내고 있다. 뭄바이/AP 연합
뭄바이 열차 연쇄 폭탄테러
퇴근길 승객 머리위 ‘쾅쾅쾅’
사망 190명 부상 600명 넘어
퇴근길 승객 머리위 ‘쾅쾅쾅’
사망 190명 부상 600명 넘어
‘인도의 뉴욕’ 뭄바이가 열차 연쇄폭탄 테러로 혼란에 빠졌다. 11일 퇴근길 승객들이 발디딜 틈 없이 가득찬 열차를 겨냥한 테러로 사망자가 190명, 부상자가 700명을 넘어섰다고 <에이피(AP)> 통신은 보도했다.
당장 북부 잠무카슈미르(인도령 카슈미르) 분리독립을 요구해온 이슬람 무장단체들에 의혹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2년반 동안 힘겹게 이어져온 인도와 파키스탄의 평화협상에 먹구름이 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주춤했던 카슈미르 무장단체의 재개를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해석도 있다.
테러 공포에 다시 휩싸인 인도=11일 오후 6시20분(현지시각) 뭄바이 서부 열차노선의 남쪽 지점인 반드라역을 지나던 열차 1등칸에서 첫 폭발이 일어났다. 이어 15분 동안 이 노선을 지나던 열차들과 역 플랫폼에서 강력한 폭탄 7개가 잇따라 터졌다. 1700만 인구의 뭄바이에서 서민들이 애용하는 열차를 겨냥해 희생자가 많았다. 일부 열차는 종이처럼 찢겨 완전히 두동강 났다. 현장에는 주검과 떨어져 나간 팔다리가 곳곳에 널브러져 있었다고 <시엔엔>은 전했다. 사건을 수사 중인 뭄바이 경찰은 희생자들의 머리와 가슴이 크게 손상된 것을 보면 폭발물이 머리 위 짐 선반에 놓여있던 것 같다고 추측했다.
사건 직후 생사를 묻는 통화로 휴대전화가 완전 불통됐고, 열차운행이 전면 중단돼 사람들은 폭우 속에 자정이 넘어서까지 걸어서 집으로 향하는 등 뭄바이가 마비상태에 빠졌다고 <힌두스탄 타임스>가 전했다. 이번 공격은 신흥 경제 강국으로 떠오르는 인도 경제의 심장부를 노렸으며, 힌두교와 무슬림의 갈등 조장을 노렸다는 분석도 있다. 주요 대도시마다 테러 비상이 걸렸고, 만모한 싱 총리는 비상 대책회의를 소집했다.
12일 열차운행이 재개됐고, 시민들은 다시 통근열차를 타고 일터로 향했지만 공포 분위기는 가시지 않았다. 그러나, 뭄바이 증시의 센섹스 지수가 초반 하락세에서 반등해 3% 상승으로 마감하는 등 경제적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카슈미르 분리주의 단체에 의혹=아직 이 사건을 저질렀다고 나선 단체는 없지만, 경찰은 카슈미르 분리주의 무장단체인 라슈카르-에-타이바(순수의 전사)를 가장 유력한 용의선상에 올리고 있다. <힌두스탄 타임스>는 올 3월과 5월 뭄바이 경찰 테러방지팀이 폭발물과 무기를 소지한 라슈카르 단원들을 체포했다며, 이번 사건과의 관련성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단체는 12일 자신들은 이번 사건과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인도와 파키스탄을 전쟁 직전까지 몰고간 2001년 인도 의사당 공격, 지난해 10월 델리 시장에서 일어난 3차례 연쇄폭탄테러 등 주요 사건 때마다 인도 정부는 라슈카르를 비난했다. 1990년 설립돼 파키스탄에 본부를 둔 라슈카르는 카슈미르를 인도로부터 독립시킨다는 목표를 내걸고 무장활동을 벌여왔다. 인도는 파키스탄이 이들을 지원하고 훈련시킨다고 비난했다. 9·11 동시테러 이후 국제적 압력에 밀린 파키스탄 정부가 이 단체 활동을 금지시켰지만, 지난해 말 카슈미르 대지진 구호활동을 계기로 다시 영향력이 강해지고 있다고 <비비시>는 전했다. 인도와 평화협상중인 파키스탄 정부는 이번 사건을 이례적으로 강하게 비판했다.
2004년 마드리드 열차테러와 지난해 7월 런던 지하철·버스 테러에 이어 이번에도 대중교통 수단을 노린 폭탄테러가 일어나자 세계적으로 테러 경고가 높아졌다. 모방범죄를 우려한 미국 뉴욕시는 경찰관을 증원하고 지하철 수색을 강화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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