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타이 군사원조 중단” 속뜻은?
미국이 타이 정부에 대한 군사원조를 중단한다고 발표하는 등 타이 쿠데타를 두고 예상보다 강도 높은 조처를 내놓고 있다.
숀 매코맥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28일(현지시각) “타이 군사쿠데타에 대한 조처로, 미국은 타이 정부에 제공할 예정이던 2400만달러의 군사원조를 중단했다”고 발표했다. 여기엔 군사자금, 훈련비, 평화유지활동비 등이 포함된다고 그는 밝혔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미군 관계자들의 타이 공식 방문과 미군의 타이 내 활동이 중단됐으며, 25년 동안 계속돼온 미군과 타이군의 대규모 합동군사훈련 ‘코브라 골드’가 내년에 실시될지도 불확실해졌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타이와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도 민간정부가 들어설 때까지 중단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미국의 이런 태도를 두고선, 쿠데타 세력에 기존 노선을 흔들지 말라는 경고를 보내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타이는 동남아 지역에서 미국의 가장 중요한 군사동맹이다. ‘테러와의 전쟁’에서도 미국이 테러단체로 규정한 ‘제마이슬라미야’ 지도자 함발리를 2003년에 체포하는 등 동남아에서 알카에다 관련 세력들이 확산되는 것을 막는 보루 구실을 해 왔다.
미국은 탁신 친나왓 총리의 이런 남부 이슬람 저항세력 소탕정책에 대해 이번 쿠데타를 주도한 손티 분야랏글린 장군이 비판해 왔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쿠데타로 테러와의 전쟁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을 차단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은 최근 무슬림이 다수인 타이 남부에서 저항세력 활동이 거세지고 있어 동남아 테러 네트워크 근거지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원조 삭감에서도 테러와의 전쟁에 긴요한 지원예산 977만달러는 그대로 주기로 했다.
국왕 충성파인 쿠데타 지도부가 경제개방 속도를 늦출 것이라는 서방 투자자들의 우려도 한 배경으로 추측된다. 억만장자 기업가 출신인 탁신 총리가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 협상과 국영기업 민영화 등 급속한 개방정책을 밀어붙인 데 대해 푸미폰 국왕이 우려를 표해 왔기 때문이다. 쿠데타 세력이 탁신 측근들의 부정부패와 탁신 정부의 경제프로그램들에 대한 대대적 조사를 벌이는 것을 두고 미국 국무부는 “군부는 정치적 동기를 가진 활동을 하지 말라”고 공공연히 경고하고 있다.
윤진표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동남아연구소장)는 “미국의 원조 중단은 동남아에서 가장 중요한 동맹인 타이에서 쿠데타 세력이 탁신 정부의 경제개방이나 ‘테러와의 전쟁’ 협력 노선을 급격히 변경하지 못하게 하려는 경고 성격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그는 “두 나라가 서로를 꼭 필요로 하기 때문에 미국의 압박은 일시적일 것이며, 관계는 곧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타이 쿠데타가 필리핀의 정정을 더 불안하게 하고 미얀마 군사정권에는 ‘청신호’가 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미국이 경고를 보냈다는 지적도 있다.
박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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