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하르토
32년 철권통치하며 자선단체 기금 횡령 혐의
인도네시아를 32년 동안 철권통치하며 부정축재를 일삼은 수하르토(86) 전 대통령이 거액의 민사소송에 걸렸다.
인도네시아 검찰은 자카르타 남부지방법원에 수하르토가 대통령 재직 때 횡령한 자선단체 기금 4억4100만달러와 손실금 11억달러를 합쳐 15억4천만달러(약 1조4168억원)를 반환할 것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검찰은 “수하르토가 지난 74년 ‘똑똑하지만 돈이 없는 아이들에게 학비를 준다’며 야야산 수퍼세마르 장학재단을 세워 기금을 모은 뒤, 막내 아들의 항공회사 등 친인척 소유 회사에 돈을 빼돌렸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수하르토가 다른 6개 자선단체에서 횡령한 기금 반환 소송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인도네시아 인권단체들은 수하르토를 부패와 인권침해 혐의로 처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국제투명성기구는 2004년 수하르토를 ‘20세기 가장 부패한 정치인’으로 선정하고, 그가 대통령 자리에 있을 때 350억달러를 챙긴 것으로 추정했다. 수하르토뿐만 아니라 부인 등 가족들도 많은 뒷돈을 챙겼다. 그의 부인은 규모가 큰 국내기업간 거래에 개입해 무조건 10%의 수수료를 받아 ‘10% 부인’이란 별명까지 얻었다. 수하르토 퇴임 뒤 그의 가족들은 갖고 있던 호텔, 쇼핑센터, 회사 등을 몰래 팔았지만, 부정축재한 재산은 한푼도 인도네시아 국고로 귀속되지 않았다.
1966년 집권한 수하르토는 98년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물러나 자카르타 집에서 은둔하고 있다. 수하르토는 2000년 자택에서 체포돼 부패 혐의로 기소됐으나 몸이 아프다며 법정에 나오지 않았고, 지난해 5월 공소 취하됐다. 그는 최근 몇차례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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