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프 에스트라다 전 대통령
필리핀 “환영” “안될 일” 격론
조지프 에스트라다(70) 전 대통령의 사면을 둘러싼 논쟁이 필리핀 열도를 달구고 있다. 에스트라다는 2001년 40억페소(약 830억원)를 횡령했다는 이유로 대통령직에서 쫓겨나 6년 동안 연금됐다. 지난달 종신형이 선고됐으나, 필리핀 정부는 ‘고령’과 ‘가택연금 기간 고려’를 이유로 그를 26일 사면·석방했다.
1960년대 에스트라다가 시장에 당선되며 정치 생활을 시작한 산 후안에는 지지자 몇백명이 모여 그의 석방을 환영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전했다. 코라손 아키노 전 대통령은 “그가 형제·자매들을 위해 계속 일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에스트라다의 사면을 환영했다. 도널드 디 필리핀 상공회의소 회장은 그의 사면이 “국가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필리핀 가톨릭주교협회(CBCP)도 환영 성명을 냈다.
그러나 주요 경제인 단체인 마카티비즈니스클럽(MBC)은 “이번 사면과 같은 결정은 국제사회의 경쟁력 조사에서 필리핀 정부의 통제력 순위를 떨어뜨리는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리처드 고든 상원의원은 “국제사회에 필리핀이 법치국가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에스트라다 사면은 있어선 안 될 일”이라고 주장했다. 피델 라모스 전 대통령은 “아로요 정권의 몰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 가톨릭 신부는 <알자지라> 방송 인터뷰에서 “아로요는 국익이 아닌 자신의 정치생명 연장을 위해 사면을 단행했다”며 대통령을 비난했다. 일간 <마닐라스탠더드>는 사설에서 “아로요가 에스트라다 사면을 서두른 것은, 현 정부의 부패 의혹을 비껴가기 위한 정치적 음모”라고 꼬집었다. 아로요 정권은 최근 중국과의 광대역통신망 사업 논란, 탄핵 시도 무마를 위한 뇌물 제공 의혹으로 곤혹스러운 상황에 놓였다. 마닐라 빈민가에서 태어나 대통령 자리에 오른 에스트라다는 ‘가난한 이들의 영웅’으로 불린다. 영화배우 출신인 그는 1998년 선거에서 압도적인 득표율로 집권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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