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20일 중국 베이징 한국국제학교에서 열린 대입설명회. 이날 설명회에는 서강대, 외국어대, 연세대, 중앙대, 한양대 등 5개 대학 입시 관계자들과 300여명의 학부모들이 참석했다. 베이징 한국국제학교 홈페이지
주재원 자녀 위한 특례입시 ‘올인’ 심야·주말수업
파행운영 비판에 폭언·폭행…분란속 동포들 소외
파행운영 비판에 폭언·폭행…분란속 동포들 소외
중국과 일본의 한국학교가 대입 특례를 노린 ‘입시학원’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고국을 떠나 있는 학생들에게 국제화된 민족교육을 편다는 애초 설립 취지와 달리 입시 위주 교육이 강화되면서 학교의 파행적 운영과 그에 따른 마찰도 끊이지 않는다.
중국 베이징에선 지난 23일 한국국제학교의 입시 위주 교육을 비판해 온 조아무개 교사가 학부모회 간부에게 폭행당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학부모회 간부는 조 교사의 사적인 사진까지 내보이며 “계속 학교를 시끄럽게 하면 사진을 공개하겠다”고 협박했다고 조 교사가 말했다. 조 교사가 수업을 할 때 쓰던 학교 컴퓨터 안에 들어 있던 이 사진은, 교장이 직접 학부모회 간부에게 넘겨준 것으로 드러나 일부 교사들은 교장의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
조 교사는 그동안 교장의 입시 위주 교육을 강하게 비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교사는 “지난해 9월 김아무개 교장이 부임한 이후 밤 10시까지 야간자율학습이 실시되고, 고3 수험생들은 토요일에도 학교에서 수업을 받도록 했다”며 “조 교사는 교장의 이런 교육 방침이 ‘학교’를 ‘학원’으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다”고 말했다.
일부 교사들은 학교의 입시 위주 교육이 도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학교에선 공개적으로 ‘입시설명회’를 열어 한국 대학 진학 방법을 홍보한다. 최근엔 학원 강사 출신을 진학 담당에 앉히기도 했다. 한 교사는 “학교에서 야간자율학습을 시키는 대가로 학부모들한테서 찬조금을 받으면서도 예·결산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규정에 따라 마땅히 있어야 할 학교운영위원회도 존재 여부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일본 도쿄 한국학교에서도 한국 대학입시를 대비한 교과 과정이 강화되면서, 재일동포 중심의 이사회와 주재원들 중심의 학부모회 사이에 갈등을 빚고 있다. 7월엔 이사회와 학부모회가 학교 운영 방침을 놓고 공개적으로 폭언을 퍼붓는 볼썽사나운 장면을 연출해 일본 신문에 보도되기도 했다.
1954년 일본 안 영구거주자를 위한 민족교육 기관으로 출범한 이 학교는 몇년 전 국제학교로 탈바꿈하면서 입시 교육이 대폭 강화됐다. 2007년도 일본 대학 진학자는 28명인데 견줘, 한국 대학 진학자는 서울대 8명 등 78명으로 세 배 이상 많다.
자녀를 일본 대학에 보내려는 재일동포들은 이런 학교 상황에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 한 재일동포는 “원어민 영어교사는 13명이나 되지만 일본어 교사는 3명에 그쳐 일본어 수업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베이징 도쿄/유강문 김도형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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