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대통령’ 새 임기…군, 탈 정치 가속화할 듯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이 29일 군복을 벗고 새로운 임기를 시작한다.
무샤라프 대통령은 27일 합동참모본부 등을 들러 ‘작별인사’를 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28일엔 아슈파크 키야니 장군을 자신의 뒤를 이을 새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할 예정이다. 파키스탄은 1999년 쿠데타를 통해 집권한 무샤라프가 군 최고위직을 유지한 채 대통령직을 수행해 사실상 군정에 가까웠지만, 앞으로는 다소 변화를 겪을 전망이다. 미국 하버드대학 존에프케네디연구소 하산 아바스 연구원은 <아에프페>(AFP)에 “키야니가 이끄는 파키스탄군은 영향력은 유지하겠지만, 정치 일선에선 물러날 것”이라며 “비상사태는 해제되고, 부토 또는 다른 정치인이 총리에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키야니(55)는 파키스탄 정보부(ISI) 부장과 수도 이슬라마바드를 지키는 라왈핀디 사령부 사령관 등 군 요직을 두루 거쳤다. 그는 무샤라프와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 사이에서 권력분점 협상을 주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국 혼란으로 무샤라프가 위태로울 때 미국의 ‘대안’으로 거론될 만큼 군부 장악력을 인정받고 있다. 지난달 비상사태 직후엔 무샤라프를 가택연금시켰다는 ‘군부내 쿠데타’설의 주인공이었지만, 무샤라프의 ‘후계자’로 등극했다.
한편, 지난 25일 수십만 인파의 환영을 받았던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의 귀국은 무샤라프의 정치적 의도에서 비롯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무샤라프는 권력분점을 염두에 두고 부토의 귀국을 허용했지만, 부토의 인기가 예상보다 높아 1월 총선 참패를 우려했다는 것이다. <비비시>(BBC) 방송은 전문가들의 말을 따 “샤리프가 표를 분산시켜 어떤 쪽도 정국을 압도할 수 없는 상황이 무샤라프가 원하는 바”라고 전했다.
“모든 협상은 끝났다”던 부토 쪽의 강경한 태도는 꽤 누그려졌다. 부토의 대변인은 “무샤라프의 군 퇴역은 큰 진전”이라며 “(더욱 진전이 있으면) 협상이 재개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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