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슨 찬
행정장관 직선 내건 후보 의회로
‘민주화 미적’ 중 정부와 맞설듯
‘민주화 미적’ 중 정부와 맞설듯
“홍콩 사람들은 민주주의의 진전을 바란다는 걸 보여줬다.”
지난 주말 홍콩입법회(의회) 의원 보궐선거에서 승리한 앤슨 찬(67·여) 전 정무장관은 이번 선거의 의미를 이렇게 강조했다. 그는 17만5874표(54.6%)를 얻어 13만7550표(42.7%)를 얻은 유력한 경쟁 상대 레지나 입 전 보안국장(57·여)을 따돌렸다.
홍콩이 중국 정부에 반환된 지 10년 만에 치러진 이번 선거는 홍콩의 민주화 열망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하는 잣대란 평가를 받아왔다. 찬 전 장관이 민주화 세력의 선봉장인데다, 그의 핵심공약이 홍콩정부 수반인 행정장관의 직선제 선출이기에 더욱 그렇다. 39년 동안 공직생활을 한 찬 전 장관은 대쪽같은 성품으로 유명하다. 그는 영국식민정부와 홍콩자치정부에서 연이어 행정부 2인자인 정무장관직을 역임했다. 그러나 친중파인 둥젠화 초대 행정장관과 ‘코드’가 맞지 않아 2001년 사임했다. 5년 만인 지난해 12월 직선제 도입 요구 시위에 참가하면서 민주화 세력의 구심점으로 떠올랐다.
찬 전 장관은 홍콩에 정치적 자유를 보장한다면서도 직선제 등 실질적 조처 이행은 미적대며 거부감을 보여온 중국과의 한판 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또 이번 선거 결과는 지난달 구의회 선거에서 참패한 민주화 세력이 재결집하는 촉매제가 될 전망이다.
아홉달밖에 남지 않은 천 당선자의 임기나 중국과의 정치적 역학관계를 고려하면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는 분석도 있다. 홍콩시티대학의 제임스 성 교수는 “중국 정부는 홍콩의 민주화 일정을 나름대로 갖고 있다”며 “찬 전 장관의 당선과 관계없이 2012년 행정장관 직선제는 어렵다”고 말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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