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방문한 후쿠다 야스오 일본 총리(왼쪽)가 28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환영행사에서 원자바오 중국 총리와 함께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베이징/AP 연합
중-일 정상회담…후쿠다 “하나의 중국” 재천명
중국과 일본이 28일 두 나라의 전략적 호혜관계를 한층 새로운 단계로 발전시키기로 뜻을 모았다. 역사인식과 영토분쟁 등으로 한동안 꽁꽁 얼어붙었던 두 나라 관계가 해빙기를 지나 봄으로 들어서는 ‘제2의 수교’에 합의한 것으로 평가된다.
후쿠다 야스오 일본 총리는 이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원자바오 중국 총리와의 회담에서 이전 역사에 대해 진실로 반성한다고 밝혔다. 후쿠다 총리는 “일본은 이전에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했던 역사에 대해 진실로 반성한다”며 “일본은 평화발전의 길을 고수하겠다”고 약속했다.
두 사람은 또 지구온난화 공동대응과 경제 및 문화 교류 확대 방안 등을 협의했다. 두 사람은 회담이 끝난 뒤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중-일 관계가 ‘거대한 기회’를 맞고 있다고 평가하고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내년 봄 벚꽃이 만발할 때 일본을 방문하기로 의견일치를 봤다”고 발표했다. 중국 국가주석의 방일은 1998년 장쩌민 주석 이후 10년 만이다.
두 사람은 이날 회담에서 보하이만(발해만)과 창장(장강) 수질 개선과 대기오염 방지, 황사 저지 등을 위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후쿠다 총리는 이를 위해 양국이 9억달러씩 출연해 18억달러 규모의 환경보호기금을 만들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후쿠다 총리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재천명하며, 대만의 독립과 유엔 가입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했다.
두 사람은 최대 현안인 동중국해 문제에서도 진전을 본 것으로 전해졌다. 후쿠다 총리는 “우리는 동중국해 문제의 특수해법에 대해 일부 진전을 이뤘다”며 “이 문제를 초기단계에서 해결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구체적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후쿠다 총리와 원 총리는 이날 회담에서 기로에 놓인 북핵 6자 회담과 한반도 비핵화 문제도 협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북-일 관계 정상화 문제도 논의됐을 것으로 관측된다. 친강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앞서 “중국과 일본은 북핵 6자 회담 참가국이기 때문에 양국 지도자들이 이와 관련한 문제에 대해 서로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후쿠다 총리는 회담이 끝난 뒤 베이징대를 찾아 연설했다. 그는 연설에서 일본의 군국주의에 대해 언급하며 “역사에서 불행한 시기로 이 문제를 정면으로 바로잡고 이를 우리 자손들에게 물려주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고 말했다. 후쿠다 총리는 이어 우방궈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을 예방하고, 저녁엔 후 주석이 주재하는 환영만찬에 참석했다. 중국 최고지도자가 일본 총리를 위해 만찬을 연 것은 1986년 후야오방 총서기가 나카소네 야스히로 총리에게 한 이후 처음이다. 한 전문가는 “중국이 후쿠다 총리에게 파격적인 예우를 했다”며 “중-일 관계가 새로운 단계로 들어서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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