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보건부 장관 추아 소이 렉
말레이시아 보건부 장관 추아 소이 렉 기자회견 ‘당당한 시인’
혼외정사 장면을 담은 동영상이 급속히 퍼져 세간의 입길에 오른 말레이시아의 추아 소이 렉 보건부 장관(60·사진)이 2일 모든 공직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추아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민들이 나의 공개 사과를 용납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다”며, 현재 맡고 있는 장관직·의원직·당 부총재직을 모두 사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일부 국민들은 성인군자인 척한다”며 “그런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된 건 내가 처음도 아니고, 마지막도 아닐 것”이라고 말해, 묘한 여운을 남겼다.
파문은 지난주말 한 신문이 “고위 공직자를 닮은 남성이 한 여성과 다양한 성행위를 하는 동영상이 전국적으로 유통되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시작됐다. 디브이디(DVD) 두 장으로 시중에 유통된 이 동영상에는, 각각 56분과 44분 길이로 호텔 객실의 ‘몰래 카메라’로 찍은 성행위 장면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동영상의 소유나 배포가 위법행위라고 엄중히 경고하는 등 사태 확산을 막으려 애쓰고 있다.
하루 전만 해도 추아 장관은 “동영상에 등장한 사람은 나다. 여성은 개인적 친구”라며 기자회견에서 ‘당당하게’ 자신이 동영상의 주인공임을 밝혔다. 가족의 이해와 자신의 업적을 바탕으로 ‘정면 대응’에 나섰던 것이다. 앞서 그의 부인은 “모두에게 힘든 시기이지만, 우리 가족은 그의 사과를 받아들이기로 했다”며 “그는 좋은 남편이자 아버지였으며, 자신의 역할을 소홀히한 적이 없는 가정적인 사람”이라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그러나 야당 쪽에서 “사회 통합과 유지에 힘써야 할 장관이, 사회가 용납할 수 없는 일을 저질렀다”고 비난하는 등 사태가 일파만파로 확대되자 자진사퇴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의사 출신 화교인 추아 장관은 두 번째로 큰 정당인 말레이시아 화교연맹(MCA)의 부총재로, 현 연립정부가 구성된 2004년부터 보건부를 맡아 굵직한 개혁을 이끌었다. 그의 업적으로는 공립병원의 대기시간 감축이나 축산업자 사료 유통과정 투명화 등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그는 건강한 식생활과 금연·금주·운동을 장려해 사회적 호평을 얻었으며, 지난해에는 텔레비전 광고 금지 등을 통해 패스트푸드 억제를 시도하기도 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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