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 카얀족
‘카얀족’ 망명 싸고 유엔-타이 ‘입씨름’
‘긴 목’으로 널리 알려진 타이 카얀족(사진)의 망명을 둘러싸고 국제적 논란이 커지고 있다.
<비비시>(BBC) 방송은 30일 유엔 인권관련 기구에서 타이의 카얀족 거주지역에 대한 관광을 거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2년 전부터 핀란드와 뉴질랜드가 카얀족 20명의 망명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는데도, 타이 당국이 관광수입을 노려 이들의 출국을 막은 데 따른 것이다.
애초 미얀마(버마)의 소수민족인 카얀족이 타이에 둥지를 틀게 된 것은 1990년대부터다. 이들은 군정의 탄압을 피해 국경을 넘었고, 타이 정부는 미얀마 국경 부근의 특정 지역에 머물도록 허용했다. 이렇게 형성된 ‘카얀 마을’엔 현재 500여명의 카얀족이 거주하고 있다. 놋쇠고리를 잔뜩 끼운 이들의 목을 보러오는 국내외 관광객들의 마을 입장료가 이들의 주요 수입원이다. 이들의 마을 출입은 제한돼 ‘인간 동물원’이란 비난도 나온다.
2005년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이 이들의 제3국 망명을 정식으로 추진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이 기구 관계자는 “다른 미얀마 출신 난민 2만여명의 제3국 이주를 허용하면서도, 이들(카얀족) 20명의 새 삶을 허락하지 않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며 타이 당국을 비판했다. 그러나 타이 정부는 카얀족이 난민촌이 아닌 곳에서 관광 수입으로 살고 있으므로 난민이 아닌 ‘이주민’이라고 반박하며 출국 거부 방침을 굽히지 않고 있다. 타이 당국의 반대로 국외 이주가 무산된 카얀족 여성 일부는 항의의 뜻으로 목에 둘렀던 놋쇠구리를 잘라내기도 했다.
‘놋쇠고리 착용’은 카얀족의 오랜 전통이다. 호랑이한테 물리지 않기 위해서, 성적 매력을 떨어뜨려 다른 종족의 노예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등 해석은 분분하다. 고리를 제거하는 사례들이 있지만, 고리 안의 피부가 변색되거나 고리 절단 이후 목 부상 위험이 높아 다시 차기도 한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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