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밀봉제품서도 살충제 발견…중, 조작설로 역공
양국 누리꾼 “만두 테러” “일본 우익의 음해” 공방
양국 누리꾼 “만두 테러” “일본 우익의 음해” 공방
중국과 일본의 이른바 ‘농약 만두’를 둘러싼 진실게임이 격화하면서, ‘봄맞이’를 준비하던 중-일 관계가 삐걱거리고 있다.
후쿠다 야스오 일본 총리는 8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중국산 농약 만두 파문과 관련해 “정부 대응에 잘못이 있었다. 사건 발생 후 대응에 시간이 걸려 피해 확대를 막지 못했다. 국민에게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만두 파문이 총리까지 나서 사과할 정도로 커지자, 그 진상을 놓고 중국과 일본 양국은 자존심을 건 대결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일본 경찰은 7일 중국산 냉동만두 두 봉지에서 살충제인 ‘메타미도포스’ 성분을 검출했다고 밝혔다. 이들 가운데 하나는 경찰이 개봉할 때까지 포장재가 전혀 파손되지 않은 상태였다. 밀봉상태의 냉동만두에서 살충제 성분이 나오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 경찰은 이를 근거로 중국에서 냉동만두를 포장하기 전에 농약이 유입됐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앞서 일본 슈퍼마켓조합인 일본 소비자협동조합은 6일 중국 톈양식품의 냉동만두에서 허용치를 초과한 유독성 화학물질 ‘디클로르보스’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톈양식품은 농약만두 파문을 일으킨 문제의 냉동만두를 제조한 중국 업체다. 디클로르보스는 사람과 가축이 먹었을 때 강한 독성을 나타내는 화학물질로, 한국에선 고독성 농약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웨이촨중 중국 국가질검총국 부국장은 일본 조사단과 만난 자리에서 “톈양식품은 매우 엄격하게 제조공정을 관리하고 있다”며 “만두를 만드는 과정에서 이물질이 들어갔거나, 누군가 이를 투입했을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고 일축했다. 중국 반관영 통신사인 <중국신문>도 일본 조사단이 톈양식품을 조사한 결과, 제조과정에서 아무런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중국은 한편으론 일본에 역공을 취하고 있다. 웨이 부국장은 “일본 경찰의 조사 결과, 이번 사건은 식품안전과 관련한 문제가 아니라, 누군가 인위적으로 저지른 조작극으로 보인다”며 “중-일 관계의 발전을 원하지 않는 극단적인 분자에 의해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두 나라 누리꾼들의 갈등도 격화하고 있다. 중국의 일부 누리꾼들은 일본 언론이 무책임한 보도로 중국산 제품의 이미지를 떨어뜨리고 있다며, 중국 경제의 발전을 시샘하는 이들의 음해라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 누리꾼들 사이에선 일본 우익세력이 냉동만두 파문을 통해 중-일 관계를 냉각시키려 한다는 음모론도 확산되고 있다.
반면, 일본의 일부 누리꾼들은 “중국의 만두 테러”라는 격한 표현을 써 가며 중국을 비난하고 있다. “독극물에 중독된 중국인들이 가엾다”는 식으로 중국을 비하하는 글도 심심찮게 등장한다. 일부 누리꾼들은 중국 외교부가 냉동만두 파문과 관련한 일본 언론의 보도에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시한 데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고 <산케이신문>이 보도했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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