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토 인민당 호감도 75%로 급상승…거대 야당 출현 가능성
총선(18일)을 일주일 앞둔 11일 파키스탄에서는 철권통치를 휘둘러온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에 대한 반감이 극도로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패배가 유력해보이는 총선 결과가 요동치는 정국에 새로운 소용돌이를 낳을 것인지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의 초당적 비영리연구기관인 ‘테러 없는 내일’(TFT)이 10일 발표한 여론조사를 보면, 파키스탄 국민의 70% 가량이 ‘무샤라프 대통령이 즉각 퇴임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반면, 피살된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가 이끌던 야당 파키스탄인민당(PPP)과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의 파키스탄무슬림리그-나와즈(PML-N)에 대한 국민들의 호감도는 각각 74.7%와 68.2%로 높게 나타났다. 무샤라프가 속한 파키스탄무슬림리그-콰이드(PML-Q)에 대한 호감(25.9%)이 반감(58.3%)의 절반에도 못 미친 것과는 대조적이다.
어느 당 후보에 투표할지에 대한 질문에서는, 인민당이 가장 높은 36.7%를 얻었다. 피엠엘-엔이 25.3%로 뒤를 이었고, 집권당인 피엠엘-큐의 득표율은 12.0%에 그쳤다. 지난 8월 조사에선 인민당과 피엠엘-엔의 지지율을 합쳐도 39%에 그쳤다. 이런 예상이 현실화한다면, 야당 의석이 여당의 다섯 배가 넘는 압도적인 ‘여소야대’ 국회가 구성된다.
이번 조사에선 ‘전반적으로 나라가 그릇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응답한 사람들이 80%를 넘었다. 시급한 해결 과제로는 △사법부의 독립성 회복 △공정한 선거 실시 △언론자유 보장 △경제 성장 등이 꼽혔다. 지난해 무샤라프가 재집권 과정에서 비상사태 선포라는 극단적 수단까지 동원해, 비우호적인 대법관들을 모두 해임하고 언론을 탄압했던 게 그 배경이다. 무샤라프에 맞서는 과격 성향 이슬람주의 세력에 대한 지지도 크게 떨어졌다. 알카에다와 탈레반에 대한 지지율은 각각 18%, 19%로, 지난 8월 조사(33%, 38%)의 반토막 수준이다.
한편, 가장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 인민당은 부토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내세워 표밭을 다지고 있다. 부토의 남편인 아시프 자르다리 인민당 대표는 10일 8만군중이 운집한 신드주 탓타의 유세장에서 “부토가 시스템(정부조직)을 바꾸려 하자, 시스템이 부토를 죽였다”며 “여러분과 나 같은 이들이 복수를 맡아줄 것이란 사실을 부토는 알고 있었다”고 외쳤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