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해산권-사법부 정상화’ 포기 빅딜 제안
지난달 총선 패배로 궁지에 몰린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이 대통령직 유지를 위해 승부수를 던졌다.
무샤라프는 총선 승리 뒤 연정을 꾸리기로 합의한 파키스탄인민당(PPP)과 파키스탄무슬림리그-나와즈(PML-N)에 ‘빅딜’을 제안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13일 보도했다. 대통령이 의회해산권을 포기하는 대신, 새 정부는 사법부 복원 의지를 접는 내용이다. 서로에게 가장 위협적인 ‘무기’를 내려놓자는 취지다.
의회해산권은 막강한 파키스탄 대통령 권한의 상징이다. 무샤라프는 현재 의회해산권·총리해임권을 가지고 있고, 국가안보회의(NSC) 의장도 맡는다. 의회해산권은 다수당 의회에 맞설 수 있는 대통령의 최고의 무기라는 점에서 ‘상당한 희생’을 감수하겠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집권 뒤 가장 먼저 헌법을 손대라는 사회적 요구에 직면한 인민당과 피엠엘엔으로서는 일단 관심을 가질 만하다. 80년대 지아울 하크 전 대통령이 권력 강화를 위해 무리하게 수정한 조항들을 원래 의원내각제 헌법으로 돌려놓는 게 파키스탄 민주화의 시급한 과제다.
그러나 포기를 요구받은 대가인 ‘사법부 복원’ 은 새로 출범하는 연정의 핵심 합의사항이다. 선거 뒤 인민당과 피엠엘엔은 해임 판사들의 복직을 추진키로 합의했다. 이들 판사가 돌아온다면, 무샤라프의 대통령직은 위태로워질 수 있다.
반무샤라프의 선봉에 선 세력이 법조인들이다. 무샤라프가 지난해 현역 육군참모총장 신분으로 대통령에 재선되자, 법조계는 공무원의 선거 입후보를 금지하는 법조항을 내세워 당선 무효화를 추진했다. 무샤라프는 11월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이프티카르 차우드리 전 대법원장 등을 해임·가택연금시킨 뒤 대법원을 다시 구성해 당선을 확정지었다. 법조계는 ‘무샤라프 축출’을 선언하고 거리로 나섰다.
이런 사정 탓에 연정의 무샤라프 제안 수용이 녹록치는 않다. 연정이 제안을 거부하고 사법부 복원을 강행하면, 무샤라프가 의회해산권을 앞세워 정면으로 맞붙을 가능성도 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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