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
보아오포럼서 주요국 정상 만나 경제협력 논의
파키스탄 국민에 “상품성 높다” 내세울 듯
파키스탄 국민에 “상품성 높다” 내세울 듯
반대파 연립정부의 출범으로 정치적 입지가 크게 줄어든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이 10일 자신의 정치적 위상을 시험할 중국 방문길에 올랐다. 이번 방중은 무샤라프가 반대파이 연정에 맞서 자신의 건재와 대외적 ‘상품성’을 과시하려는 조처로 풀이된다.
무샤라프는 6일 동안의 방중 기간 △중국이 주도하는 보아오포럼(BFA) 참석 △후진타오 주석, 원자바오 총리 등 중국 지도부 면담 △오스트레일리아·스리랑카·카자흐스탄 등 주요국 정상들과 회담 등을 진행한다. 그의 방중은 지난달 반대파 연정 출범 이후 첫 외국 나들이다. 앞서 세네갈에서 열린 이슬람회의기구(OIC) 회의에는 국내 상황을 이유로 참석을 취소했다.
2월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면서 성립된 반대파 연정은, 무샤라프가 해임한 사법부의 복원과 대통령 권한 축소를 뼈대로 하는 개헌을 추진하는 등 퇴진 압박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하지만 무샤라프의 대외 활동에 대한 태도는 ‘반무샤라프 연정’ 안에서도 엇갈린다.
반대파 진영의 선봉에 선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 쪽 각료인 재무장관 등은 방중 동행을 거부했다. 반면, 제1당인 파키스탄인민당(PPP) 소속의 외무장관과 국방장관은 방중단에 합류했다. 아마드 무크타르 국방장관은 최근 한 방송 인터뷰에서 무샤라프는 여전히 “잘 팔리는 상품”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세계은행이 위기를 경고할 만큼 위태로운 최근 파키스탄의 경제 상황에 비춰,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으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아내는 데 무샤라프의 쓰임새가 크다는 것이다.
무샤라프는 1999년 집권 이후 이들 나라와 끈끈한 연대를 구축해 왔다. 9·11 동시테러 이후 대테러전쟁에 전념하는 미국으로부터 100억달러 규모의 원조를 받았다. 파키스탄 유력 일간 <더뉴스>는 보아오포럼이 열리는 하이난섬 산야에서 서명하게 될 중국-파키스탄 경제협력의 안건이 “다양할 것”이라고 전했다.
무샤라프는 귀국 직전 파키스탄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신장위구르자치구에도 들를 계획이다. 무슬림 지역인 이곳은 위구르족의 분리독립 움직임이 거세, 최근 티베트 시위와 맞물려 불안감이 증폭되는 곳이다.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이곳의 동향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중국 지도부를 안심시켜, 양국 우호 관계의 중요성을 한층 강조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무샤라프는 2005년 이곳을 방문해 분리독립운동 세력의 무력투쟁 노선에 반대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번에도 이런 방침을 재천명할 가능성이 크다. 무샤라프의 일정표에는 직접투자 유치 홍보를 위한 경제인 면담이 포함됐다. 신장자치구와의 교역이 나날이 늘어나고 있는 파키스탄에게, 중국과의 굳건한 우호관계는 절실하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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