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이클론 나르기스가 휩쓸고 지나간 미얀마 양곤(랑군) 시내에서 4일 한 승려가 쓰러진 나무 아래를 지나고 있다. 양곤/AP 연합
이재민 수십만명 구호물자 없어 신음
미얀마(버마)를 2일 강타한 사이클론 ‘나르기스’로 적어도 1만여명이 숨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니안 윈 외무장관은 5일 국영 텔레비전 방송에서 이렇게 밝히고, “정보 수집이 계속 진행되고 있어 사상자 수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전했다.
미얀마 국영 라디오방송은 양곤과 이라와디 두 곳에서 확인된 사망자 수가 3969명, 실종자는 2129명이라고 보도했다. 이라와디의 보갈라이와 라부타 지역에서는 수만명이 숨졌을 가능성도 있다고 방송은 덧붙였다. 수십만명 규모인 난민들에게 식량·식수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추가 피해가 우려되기도 한다. 세계식량계획(WFP) 한 관계자는 <시엔엔>(CNN) 방송에 “최대 도시 양곤 등 많은 곳에서 도로·전기·통신이 끊겨, 정확한 피해 규모 집계가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미얀마 군정은 나르기스가 휩쓸고 지나간 중남부 5개 주를 재해지역으로 선포했다. 군정은 5일 국제 구호단체들과 관련협의를 시작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타이는 6일부터 구호물자를 전달하겠다고 발표했다. 세계 최대의 구호단체 월드비전도 천막·약품 등 긴급 구호물자를 항공편으로 조달하겠다고 밝혔다.
시간이 갈수록 피해 규모는 확산되고 있지만, 군정은 10일로 예정된 국민투표를 강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국민투표는 군정이 ‘민주화 단계’라고 주장하는 새 헌법안에 대한 찬반을 묻는 내용으로, 가결될 경우 군부의 영구 집권에 주춧돌 구실을 하게 된다.
이처럼 군정이 민생을 외면한 채 정치적 이해관계에만 몰두하자, 국내외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영국 버마캠페인의 마크 파머너는 “(사이클론 상륙을 앞두고) 국영 언론들은 국민들에게 잠재적 위험을 경고하기는커녕, 군정의 정권 유지를 위한 선거 홍보로 지면을 메웠다”고 비난했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전했다. 한 시민은 <아에프페>에 “우리는 민주주의를 원치 않는다. 물을 원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미얀마 관영언론들은 “전국민이 고대하는 국민투표가 얼마 안 남았다”며 투표 참여를 호소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사이클론 주요 피해 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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