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세계 자연재해 현황
곡물값 뛰어 지원 난항…국제 원조체계 위협 우려
최근 식량·원자재 가격의 급등 속에 세계적 차원에서 대규모 자연재해가 잇따라 국제사회의 원조 체계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빈곤층을 중심으로 한 기아 인구는 세계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의 조셋 시런 사무총장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긴급지원 대상 인구를 현재 120만명에서 240만명 규모로 늘릴 예정”이라며, 식량·원자재 가격 급등을 그 원인으로 꼽았다. 그러나 지난달 이 기구는 캄보디아·케냐의 어린이 식량지원 계획을 보류·축소했다. 세계 최대의 구호단체 월드비전도 올해 150만명분의 지원을 줄였다. 구호단체 스스로도 천문학적으로 치솟는 식량값에 못 이겨 결국 지원 축소라는 ‘비극적’ 결정을 내린 것이다. 빈곤과 기아가 형성하는 악순환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태풍·지진·해일 등 자연재해 발생과 동시에 가동되는 전지구적 구호활동의 수요도 늘었다. 이달 초 미얀마를 강타한 사이클론 나르기스로 사망자 10만, 난민 100만의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는 가운데, 중국 쓰촨성의 대지진이 겹쳤다. 앞으로 또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구호물자와 인력 부족은 심각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최근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 탓에, 그 어느 때보다도 대규모 자연재해 발생 가능성이 높다.
수단 다르푸르와 같은 분쟁지역이나 아시아·아프리카·남미 여러 나라 빈곤지역의 ‘고정수요’에 대한 대응도 유지하기 힘든 마당에, 갑작스레 자연재해를 입은 나라의 ‘추가수요’를 채우기란 쉽지 않다. 결국 기댈 수 있는 곳은 국제사회를 이끄는 이른바 ‘선진국’들의 긴급성 추가원조다. 국제사회에 5억달러의 추가원조를 요청한 지난달 시런 사무총장의 호소에, 미국·유럽연합·일본 등이 일단 호응하며 지원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구상 어느 한 곳에서 분쟁이나 자연재해 등이 일어나면, 국제사회는 대량 난민 발생과 피해 확산 등을 막기 위해 적극적인 구호의 손길을 모으고 있다. 20세기 초 발칸반도 전쟁, 러시아혁명, 오토만제국 붕괴 등으로 대량 유민이 발생했던 시대에 태동한 역사적 전통이다. 23만여명이 숨진 2004년 인도양 지진해일(쓰나미) 피해 당시, 국제사회는 모두 70억달러(약 7조3천억원)에 이르는 인적·물적지원을 쏟아부었다.
지진 피해를 입은 중국에 대해서도, 국제사회는 일단 무조건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12일 ‘언제든, 어떻게든 도울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미 당국은 중국 지원을 위해 버지니아주와 캘리포니아주의 수색·구호대를 대기시켰다. 베이징올림픽 개최를 석달 앞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자크 로게 위원장은 후진타오 주석에게 편지를 보내 애도의 뜻을 보이면서 “올림픽 정신은 여러분과 함께한다. 우리들의 생각도 여러분과 함께한다”고 밝혀, 조직위 차원에서의 지원 의사를 내비쳤다.
중국도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친강 외교부 대변인은 13일 “많은 나라와 국제기구에서 다양한 지원계획을 밝혀왔다”며 “중국 정부는 국제사회의 지원을 환영하며, 해당 국가 및 기구와 접촉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고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키 루 미국 국제개발처 외국재해원조국장은 “중국은 (자체적으로) 강력한 (재난) 대응 능력을 갖추고 있다”며, 미국이 원조에 나선다 해도 중국의 자체 전문인력을 대체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시엔엔>(CNN) 방송이 전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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