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오세티야·압하지야 앞날은
“(남오세티야) 어린이들의 미래가 당신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2006년 11월12일 남오세티야 길거리 곳곳에 대형 투표 홍보물이 걸려 있었다. 이날 치러진 국민투표에서 남오세티야 주민의 99%가 그루지야로부터 남오세티야자치주의 독립을 지지했다. 소수인 친그루지야 쪽 단체도 별도의 투표를 실시했다. 그루지야는 곧바로 두 선거 모두 “불법”이라고 선언했다.
2년이 지난 지금 러시아-그루지야 전쟁을 촉발시킨 남오세티야 지역의 운명은 여전히 해당 지역 주민의 손에 달려있지 않다. 19세기 이후 그루지야와 러시아가 좌우해왔고, 이번엔 러시아와 국제사회가 남오세티야 미래에 대한 결정권을 갖고 있다. 압하지야자치공화국의 운명도 마찬가지다.
러시아와 그루지야가 휴전을 맺은 지 이틀째인 14일, 남오세티야 지도자 에드워드 코코이티와 압하지야 지도자 세르게이 바가프쉬는 모스크바 크레믈(크렘린)에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자리를 함께 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우리는 남오세티야와 압하지야의 주민들이 어떤 결정을 하든지 지지할 것이며, 카프카스 지역과 전 세계에서 그러한 결정들을 보증해줄 것”이라고 밝혔다고 <모스크바타임스>가 15일 보도했다. 러시아가 그루지야로부터 두 지역의 독립을 보장해주겠다는 뜻이다. 일찍이 남오세티야와 압하지야 모두 1990년대 초 독립을 선언했다. 그루지야와 국제사회가 이를 인정하지 않았을 뿐이다. 이후 남오세티야는 자치주로서, 압하지야는 자치공화국으로서 상당한 ‘독립성’을 지닌 지역으로 존재해왔다. 하지만 이들은 그루지야로부터 완전한 독립을 추구하면서 끊임없이 분쟁의 도화선이 됐다.
그루지야와의 전쟁으로 러시아가 남오세티야와 압하지야를 점령하면서 친러성향인 두 지역의 독립 가능성은 한층 높아졌다. 하지만 두 지역의 운명은 안갯속이다. 남오세티야는 러시아연방 내 북오세티야자치공화국과 통합할 것인지 아니면 그루지야와 러시아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독립공화국으로 존재할 것인지 어려운 결정이 남았다. 남오세티야는 인구 7만, 압하지야는 20만 미만의 인구를 지닌 ‘소국’이다. 따라서 독자적인 힘만으로 불안정한 이 지역에서 완전한 독립국가를 유지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다.
더욱이 미국을 비롯한 서방이 “그루지야의 영토 통합과 주권”을 존중한다고 밝힌 상황이어서, 러시아가 밀어붙인다고 해서 국제사회가 그루지야로부터 두 지역의 분리·독립을 지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15일 “두 지역이 완전한 독립을 원하는지 아니면 러시아와 형식적 동맹 관계 또는 완전한 통합을 원하는지조차도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류이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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