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촌장·교사로 취업 붐…대졸자 실업률 12%
류하오(22)는 지난 6월 베이징의 한 공과대학을 졸업한 뒤 3년 계약으로 베이징 북동부 송판마을의 촌장이 됐다. 복숭아를 주로 재배하는 인구 288명의 이 농촌 마을에서 그는 농업기술 혁신, 농산물 판로 개척, 의료서비스 개혁 등의 일을 한다. 올 들어 류하오처럼 정부의 프로그램에 응모해 농촌의 당서기 보좌역이나 촌장, 교사 등이 된 중국 대졸자는 2만여명에 이른다.
문화대혁명 시절 ‘농촌에서 배우라’는 마오쩌둥의 구호에 따라 1700만명의 지식인 젊은이들이 농촌과 오지로 내려갔던 ‘하방(下放)’ 운동 이후 40년 만에, 다시 ‘신 하방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18일 보도했다. 문화대혁명의 하방이 정치적 이유에서 추진된 데 비해, 이번에는 경제위기로 인한 대졸자 취업난 해결이 목표다.
중국 정부의 대졸자 ‘하방’ 프로그램에는 지원자들이 몰리고 있다. 경제위기 속에서 일자리도 찾을 수 있고, 학자금 융자를 상환해주는 등 인센티브도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2012년까지 이 프로그램의 규모를 10만명으로 늘릴 예정이다. 1978년 개혁개방이 시작된 뒤 30년 내내 농촌을 탈출해 도시로 향하는 거대한 인력이동 물결이 나타났던 것과 대비되는 새로운 흐름이다.
중국의 대졸자 실업률은 계속 치솟고 있다. 기존 대졸 실업자 400만명에 이어, 내년에는 600만명의 신규 대졸자가 취업시장에 쏟아져 나온다. 대졸자 실업률은 이미 12%로 일반 공식 실업률의 3배에 이른다. 내년에는 25%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지난 15일 중국 사회과학원이 예상했다. 사회과학원은 또 중국의 실질실업률이 이미 9.4%에 달해 정부 공식 통계의 2배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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