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티암 ‘실적 뻥튀기’ 실토…국가신뢰 위기
“지난해 3분기 말 보고했던 현금보유고 536억루피(약 1조4600억원) 가운데 94%는 허위였습니다.”
인도에서 4번째로 큰 소프트웨어 기업 사티암의 라말링가 라주 회장이 7일 내놓은 ‘회계 부정’ 고백에 인도가 발칵 뒤집혔다. 정보·통신 강국 인도의 신화가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이날 라주 회장은 이사회에 보낸 편지에서, 원래 3%였던 분기 영업이익을 24%로 높여 보고하는 등 지난 몇 년 간 회사의 회계를 조작했다며 회장직을 사임했다. 애초 경영성과를 부풀리기 위해 수익이 실제보다 많았다고 시작한 거짓말은, 또다른 거짓말을 낳으며 악순환에 빠졌다. 편지에서 라주 회장은 “호랑이 등에 탄 것 같았다”며 “잡아먹힐 것 같아 언제 뛰어내려야 할지 알 수 없었다”고 적었다.
라주 회장은 인도 정보·통신업과 아웃소싱업 성장의 기린아로 손꼽힌다. 라주가 창업한 사티암은 연 20%대의 엄청난 성장 속도를 기록했다. 창업 당시 20명이었던 직원 수는 5만명을 넘어섰다. 2007년 언스트앤드영은 라주를 ‘올해의 기업가’로 선정했다. 사티암은 인포시스, 타타컨설턴시, 와이프로와 함께 인도의 소프트웨어 및 아웃소싱 업체를 대표하며, 인도의 정보산업 ‘붐’을 이끌었다.
지난해 11월 그는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도 좋은 성과를 내고 있어 자랑스럽다”라고 말한 바 있지만, 이때 이미 경영상황은 최악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라주 회장은 2006년부터 가족들의 회사 지분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수익 부족을 메워왔다. 지난해 전 세계를 휩쓴 미국발 금융위기로 담보 평가금액이 떨어졌고, 자금이 부족했던 금융권은 대출 회수에 나섰다. 그는 “단돈 1루피도 챙기지 않았다. 법의 판단에 맡기겠다”며 책임지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티암의 주가는 7일 하루에만 76%나 주저앉았다.
사티암은 유니레버, 네슬레, 듀퐁, 시스코, 제너럴일렉트릭스(GE)와 소니 등 쟁쟁한 세계적 기업들과 2억달러가 넘는 아웃소싱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그러나 라주 회장의 고백 뒤 고객사들이 사티암과 재계약을 맺지는 않을 것이라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내다봤다.
이번 회계부정은 인도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가족 단위로 회사를 꾸리고 운영하는 경우가 많아 회계 부정이 일어나기 쉬운 환경이란 지적도 나온다. 사티암의 외부 감사를 맡아온 세계 4대 회계법인 프라이스워터쿠퍼하우스(PwC)에 대해서도 역할 소홀에 대한 비난이 쏟아진다. 고객사들은 계약을 재고하고 있고, 손실을 입은 투자자들이 집단 소송을 낼 가능성도 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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