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북서변경지역
스와트 탈레반, 정부 맞서 ‘이슬람 통치’ 확대
인권유린·살인 자행…협상위해 일방 휴전선언
인권유린·살인 자행…협상위해 일방 휴전선언
파키스탄-아프가니스탄 국경 지역이 ‘탈레바니스탄’(탈레반의 땅)으로 굳어지고 있다. 아프간에 이어 파키스탄에서도 탈레반 세력이 계속 강해지면서, 세계적 오지인 이곳이 국제정치의 최고 ‘핫 스팟’(뜨거운 현장)으로 변하고 있다.
2007년 하반기 이후 이슬람주의 무장세력과 파키스탄 정부군 사이의 총성이 그치지 않았던 파키스탄 북서변경주(NWFP)의 스와트밸리 지역에서 이슬람 율법에 따른 통치를 파키스탄 정부가 곧 허용할 전망이라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파키스탄 정부와 이슬람주의 무장세력은 ‘샤리아 법정 협상’에서 원칙적인 합의에 이르렀다고 현지 일간 <새벽>이 16일 보도했다. 유력 종교 지도자인 수피 모함마드는 북서변경주 정부와의 협상을 통해 스와트 일대에 샤리아 법정을 세우는 데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두 달 동안 반대를 거두지 않던 아시프 자르다리 파키스탄 대통령도 결국 동의했다고 <새벽>은 전했다. 사실상 탈레반에 대한 파키스탄 정부의 ‘항복’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아프간-파키스탄 정책도 막대한 타격을 입게 된다.
정부와의 협상 진전을 반영해 무장세력 쪽은 15일 10일간의 휴전을 일방적으로 선언했다. 스스로를 ‘스와트 탈레반’이라고 자칭하는 이곳 무장세력은 지난해 여름 이후로 정부군을 압도해, 휴전은 즉각 효력을 낼 것으로 보인다. 급진 이슬람 성직자 물라 파즈룰라 민병대가 주도하는 스와트 탈레반의 통제 면적은 5337㎢로, 주도 밍고라와 주변지역을 포함해 36㎢을 겨우 지키는 정부군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파즈룰라 민병대 쪽은 휴전 선언에 앞서 지난해 8월부터 포로로 붙잡고 있던 중국인 기술자 한 명을 풀어주기도 했다.
샤리아 법정은 이슬람 율법을 엄격하게 현실에 적용시키는 종교 법정이다. 탈레반 집권 당시 아프간처럼, 텔레비전 시청이나 춤과 음악, 남성의 면도, 여성의 사회활동과 교육 등이 금지된다. 어기면 참수형에 처하기도 한다.
무장세력이 장악한 스와트의 주요 시장인 ‘그레인(곡물) 초우크’의 상인들은, 이제 시장을 ‘쿠니(피) 초우크’라고 부르고 있다. 아침에 출근할 때마다 주검 너댓구가 어귀에 매달린 광경을 보다 못해 붙인 별명이다. 대개 주검들은 머리가 없다. 밍고라의 한 여성 교사는 무장세력의 가택연금 명령을 어겼다가 ‘매춘부’라는 딱지가 붙어 처형됐다고 <지오티브이>가 전했다. 아이 셋을 둔 이 교사가 수입이 없는 자신의 처지를 상담했던 종교학자는 도시에서 추방당했다. 무장세력은 여학교 165곳, 비디오가게 80곳, 이발소 22곳과 정부청사 및 다리 등을 불태우거나 폭파시켰다.
과거 파키스탄 정부는 부족자치지역(FATA)과 북서변경주 여러 곳에 일정 수준의 자치를 허용했다. 험준한 산악 지형과 주민들의 강한 종교적 성향 탓에 중앙 권력이 미치기 힘들다. 2001년 미국의 아프간 침공으로 권력을 뺏긴 아프간 탈레반은 이곳에 숨어들었고, 파키스탄 정부는 적극적 소탕을 하지 않았다. 2007년 국내 지지기반을 잃은 페르베즈 무샤라프 전 대통령이 미국의 지지를 얻으려 이 지역에서 대대적 공세를 펼치면서 상황이 변했다. 스와트에 살던 150만 주민 가운데 3분의 1이 이곳을 떠났고, 빈곤과 중앙 정부의 부패로 이슬람주의가 확산되고 있다. 스와트는 산과 초원, 호수 등이 어우러져 ‘파키스탄의 스위스’로 불리는 유명 피서 휴양지였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