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명정부 대규모 집회…달라이라마 “자치 허용하라”
미·영 등서도 시위…중, 티베트에 10만병력 계엄 방불
미·영 등서도 시위…중, 티베트에 10만병력 계엄 방불
중국 지배에 항거한 티베트(시짱)인들의 봉기 50주년을 맞은 10일 인도 다람살라에서 티베트 망명정부의 대규모 집회가 열리는 등 중국밖 티베트인들의 시위가 전 세계에서 불붙었다. 라싸를 비롯한 중국 내 티베트인 밀집지역에선 이날 내내 계엄을 방불케하는 삼엄한 경비 속에 ‘침묵’이 강요됐다.
티베트 망명정부는 이날 다람살라에서 지난해 14일 라싸에서 벌어진 독립시위 과정에서 숨진 이들을 추모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고 인도 현지 언론 등이 전했다. 참석자들은 다람살라 인근 맥글로드간지에 모여 집회를 연 뒤 쑤글라캉 사원까지 촛불행진을 벌였다. 이날 집회에는 티베트 청년단체 등 1만여명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달라이 라마는 이날 봉기 50주년 기념연설에서 “티베트에 대한 중국 정부의 무자비한 탄압이 계속되고 있다”며 티베트의 자치를 허용하라고 중국 정부에 촉구했다. 그는 “중국 정부의 탄압으로 티베트인들의 문화와 정체성이 고사될 위기에 처해 있다”며 “티베트인들은 오늘 같은 날에도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 정부는 그의 연설을 들으려고 전 세계에서 몰려든 수많은 티베트인들이 거리시위에 나설 것에 대비해 주변 경비를 대폭 강화했다.
미국 워싱턴에선 9일 정오 백악관 앞 라파예트 공원에서 티베트 망명자들이 주도한 시위가 열렸다. 티베트 국기와 미국 국기를 손에 쥔 수백여명의 망명자들은 2분간 침묵시위를 벌인 뒤 “티베트에 자유를”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등지에서도 티베트인들의 시위가 벌어졌다.
10일 미 하원은 ‘중국 정부가 티베트에 대한 억압 정책을 중단하고, 달라이 라마와 협력해 티베트 문제에 대한 영구적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통과시킬 예정이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은 9일 “티베트 상황은 세계의 양심에 대한 도전”이라며 “의회는 이 결의안을 압도적으로 승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의 티베트 정책을 규탄하는 목소리도 잇따랐다. 티베트 독립을 지원하는 ‘국제티베트지원운동’은 지난해 3월 라싸 시위 이후 아직까지 1200명의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지금도 라싸에선 공안 당국이 티베트인들을 ‘분열분자’ 로 낙인찍어 체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라싸를 비롯한 티베트 전역과 쓰촨·간쑤·칭하이성의 티베트인 거주지역에선 중국 당국의 삼엄한 경비가 펼쳐졌다. 티베트와 쓰촨성 접경지대인 캉딩에는 군용차량 행렬이 줄을 잇고 곳곳에 막사가 세워졌다. 티베트 전역에는 현재 10만여명의 군병력이 배치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라싸의 주요 사원에 무장병력이 배치돼 있으며, 헬리콥터가 공중을 선회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내 중심가에는 방탄조끼와 헬멧을 착용하고 소총을 든 특수부대 요원들이 배치돼 있다. 일부 지역에선 인터넷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서비스도 중단된 것으로 전해졌다.
티베트에선 1959년 3월10일 독립을 요구하는 대규모 봉기가 일어났으나 중국 정부에 의해 강제진압돼 수천명이 숨졌다. 달라이 라마는 이후 인도로 망명했다. 중국은 앞서 1950년 10월 인민해방군을 보내 티베트 정부를 무너뜨리고, 티베트를 합병했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중국-티베트 관계 주요 사건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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