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베크 무차별 유혈참상 증언 잇따라
여성, 어린이에 총질…부상자 확인사살
600명 사망…미. 반정부시위 진압 지지 “그들은 토끼 사냥하듯 우리를 쏘았다!” 안디잔의 한 소년이 <로이터통신>에 밝힌 우즈베키스탄 반정부시위 유혈진압의 참상이다. 지난 13일 벌어진 이 나라 동부 안디잔에서의 유혈사태 참상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희생자 수가 600명에 이르고, 부상자 수는 2천명을 넘나든다는 증언이 외신을 통해 전해지고 있다. 군인들은 여성과 어린이, 부상자는 물론 ‘총을 쏘지 말라’고 애원하는 현지 경찰관들에게까지 총격을 가했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16일에도 국경을 넘어 가까운 이웃나라 키르기스스탄으로 넘어가려는 주민 수백여명과 군인들의 충돌로 11명이 숨지는 등 사태의 불씨가 여전히 꺼지지 않고 있다고 <에이피통신> 등은 보도했다. 국경도시 코라수프와 테펙토시 등에서는 성난 군중들이 정부청사를 장악하고 있으며, 군대가 16일 코라수프를 봉쇄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즈베크 정부는 이번 사태의 모든 책임을 “이슬람 테러리스트 그룹 ‘히즈부트 타흐리르’” 탓으로 돌리고 있다. 그러나 안디잔 지역 주민들은 이는 누명이며, 정부의 억압적인 통치와 빈곤한 삶에 항의해 시위에 참여했을 뿐이라고 이야기한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정부가 23명의 젊은 사업가들을 ‘아크라미야’ 회원이라는 죄목으로 지난 2월 재판에 회부하면서 시작됐다. <비비시> 등은 아크라미야가 건설회사를 세워 지역주민들에게 일자리를 준 이들이 체포되자 주민들이 그동안 이들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를 해왔다고 전했다.
이번 시위의 중심지인 안디잔을 포함한 페르가나 지역은 인구는 많고 빈곤에 찌든 낙후지역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즈베키스탄이슬람운동(IMU)이나 히즈부트 타흐리르, 아크라미야 등 이슬람 단체들은 이곳에서 각종 구호활동을 벌여왔다. 그러나 우즈베크 정부는 이런 활동이 주민들에게 호응을 얻자 이들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벌이고 있다. 지난 몇년 동안 이런 식으로 페르가나 지역에서 감옥으로 간 사람들이 7000여명에 이른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주목되는 것은 과거 우크라이나, 키르기스의 반정부 단체 봉기를 적극 지원함으로써 친러시아계 정권을 친서방 정부로 바꿔놓았던 미국의 태도다.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은 안디잔에서 숨진 이들 중에는 “이슬람주의 테러리스트”들이 포함돼 있다며 우즈베크 정부의 입장을 두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인권단체들은 ‘민주주의’를 외치던 미국 정부가 우즈베크 정부의 억압적인 통치를 지지하는 데 분노하고 있다고 <옵저버> 등이 보도했다. 전 우즈베크 주재 영국대사인 크레그 머레이는 “강대국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현상유지만를 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프간 작전에 긴요한 우즈베크 내 미 공군기지, 우즈베크를 비롯한 중앙아시아 일대의 유전과 가스전, 송유관 등이 미국의 이 지역 이해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16년째 장기집권 독재 카리모프 우즈베크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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