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에서 반정부시위에 나섰던 변호사들이 16일 수도 이슬라마바드의 이프티카르 차우드리 전 대법원장의 자택 앞에서 그가 복직된다는 소식을 듣고 국기를 흔들며 환호하고 있다. 이슬라마바드/ AP 연합
‘부정축재 혐의’ 자르다리 대통령 중대기로
2007년부터 파키스탄 반정부 운동의 핵이었던 이프티카르 차우드리(61·사진) 전 대법원장이 복직한다.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에 따른 정부의 사실상 ‘항복 선언’으로, 아시프 자르다리 대통령도 중대한 기로에 서게 됐다.
유수프 길라니 총리는 16일 새벽 텔레비전 연설을 통해 “차우드리와 모든 해직 판사들이 21일 복직할 것”이며, “시위 과정에서 체포된 당직자와 변호사 등 모두를 석방하도록 명령한다”고 말했다. 법조계와 야당은 최근 사법부 복원을 요구하는 전국적 시위를 벌였으며, 이날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연좌시위를 예고한 상태였다.
차우드리는 2005년 역대 최연소 대법원장에 올라 인권 보호를 우선시하고 반정부 성향의 결정을 내리며 정부와 반목해 왔다. 2007년 3월 임기말의 페르베즈 무샤라프 당시 대통령이 집권 연장을 위해 그를 해임하자 법조계와 인권단체로부터 거센 반발이 일었다. 차우드리는 해임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넉 달만에 복직했다. 그러나 그해 11월 60명의 다른 판사들과 더불어 다시 해직됐다. 이후 무샤라프의 ‘친위’ 사법부가 들어섰고, 이 과정에서 차우드리는 전국적 영웅으로 떠올랐다. 법조계와 언론이 반정부운동에 나서면서 결국 지난해 8월 무샤라프는 대통령직을 사임했다.
지난해 집권한 자르다리 대통령은 ‘반무샤라프’를 내세워 집권했지만, 그동안 사법부 복원에는 적극 나서지 않았다. 자르다리는 아내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 시절 다수의 부정축재 사건 혐의를 받고 있다가, 무샤라프가 세운 ‘친위 사법부’로부터 혐의를 사면받고 정계에 복귀했다. 차우드리가 복직하면 대통령의 과거 혐의에 대한 재검증 논란이 일 가능성도 있다.
야당 지도자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는 15일 오전 가택연금을 당했으나, 밤을 틈타 집에서 나와 이슬라마바드로 향했다. 샤리프는 길라니 총리의 연설이 나오자 시위 참여 계획을 취소하고 환영 성명을 발표했다. 이 ‘탈출’ 사건은 정권 약화를 보여주는 동시에, 줄곧 차우드리 복직에 집중하며 세력을 키워온 샤리프의 부상을 상징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이프티카르 차우드리(61) 전 대법원장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