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이 라마
남아공 입국거부 이어
대만도 “시기 좋지않다”
대만도 “시기 좋지않다”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사진)가 최근 남아프리카공화국 입국을 거부당한 데 이어 대만 방문도 무산될 ‘궁색한 처지’가 됐다. 정치경제적 힘을 무기로 달라이 라마를 받아들인 나라를 응징하는 중국 정부의 강수가 먹혀들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가오스보 대만 몽고티베트위원회 위원장은 24일 입법원 내정위원회에서 달라이 라마가 대만을 방문하기엔 “지금 시기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 달라이 라마는 티베트 봉기 50주년을 맞아 대만 기자협회의 초청을 받은 상황이다. 가오 위원장은 “우리는 달라이 라마가 어떤 나라를 방문했을 때 제기된 각기 다른 반응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며 “대만 전체의 이익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오 위원장의 발언은 출범 이후 중국과 협력노선을 걸어온 마잉주 총통 정부의 달라이 라마에 대한 입장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마 총통은 지난해 12월에도 달라이 라마의 대만 방문 의사를 이번과 같은 이유로 거절한 바 있다. 달라이 라마는 1997년 리덩후이 총통과 2001년 천수이볜 총통 시절에 각각 대만을 방문한 바 있다.
이에 앞서 남아프리카공화국 정부는 2010년 월드컵 개최를 축하하기 위해 마련된 노벨평화상 수상자 회의에 참석하려던 달라이 라마에게 비자를 내주지 않았다. 남아공 월드컵조직위원회가 인종 차별과 외국인 혐오를 축구를 통해 치유하자는 취지로 기획한 행사는 애초 27일 열릴 예정이었으나 이 때문에 결국 무산됐다. 행사에 초청된 데스몬드 투투 대주교는 “정부가 수치심도 없이 중국의 압력에 굴복했다”고 비판했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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