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웅산 수치 다시 가택연금
내년 총선 ‘수치 영향력’ 차단
내년 총선 ‘수치 영향력’ 차단
미얀마 군부가 11일 민주화의 상징 아웅산 수치에게 가택연금 18개월 조처를 내리면서 내년 총선을 앞둔 미얀마 상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마디로 미얀마의 정치 상황은 암울하기 짝이 없다. 미얀마 군부는 1988년 국가법질서회복위원회(SLORC)라는 군사평의회를 조직해 무력으로 집권한 뒤 97년 이를 국가평화발전위원회(SPDC)로 개칭했으며, 여태껏 20년 가까이 의회 없이 국가를 직접 통치하고 있다. 국가평화발전위 의장이 군부의 최고 권력자인 탄 슈웨 장군이며, 국가평화발전위는 법률도 직접 제정해 공포한다. 의회 없는 군부의 통치는 1990년 총선에서 수치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압승을 거두자 이를 무효화한 뒤부터 계속되고 있다.
미얀마 군부는 국제사회의 비난으로 무단통치가 점점 부담스러워지자 형식적으로나마 체제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군부는 지난해 양원 의석 각각의 4분의 1을 군부에 할당하도록 보장받는 방식으로 의회를 개설하기로 하고 헌법을 개정했다. 지난해 사이클론 나르기스가 미얀마를 강타해 8만5000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와중에도 신헌법 국민투표를 실시해 통과시켰고, 내년에 총선을 치르기로 로드맵도 정했다. 내년 총선의 구체적 일정은 아직 정하지 않았다.
국제사회의 쏟아지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군부가 수치의 가택연금을 강행한 배경은 내년 총선에서 정권을 내놓지 않으려는 고육지책이라고 할 수 있다. 내년 총선은 군부가 정부 체제를 바꾸면서도 지배 체제를 유지하느냐 여부를 가늠하는 시금석이다. 올해 76살인 군정 최고지도자 탄 슈웨 장군이 퇴임 이후 자신의 안전보장 때문에 내년 선거에서 수치의 영향력이 살아나는 것을 막으려 한다고도 <비비시>(BBC) 방송은 분석했다.
국제사회는 수치를 다시 가택연금시킨 군부를 한결같이 비난하며 석방을 촉구했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속임수 재판”이라며 미얀마 군부가 “국제법을 깡끄리 무시하기로 작정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유럽연합 순번제 의장국인 스웨덴의 프레드리크 레인펠트 총리는 유럽연합이 추가 제재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도 “수치는 재판을 받거나 기소되지 않았어야 한다”며 그의 석방을 계속 촉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말레이시아 정부도 미얀마 사태를 논의하기 위한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긴급 회담 개최를 제안했다.
한편, 수치의 변호인단은 이날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에 군사정부가 국제인권법을 어기고 자의적으로 억류한 수치의 석방을 위한 유엔 차원의 행동을 촉구하는 청원서를 제출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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