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 불교 지도자 달라이 라마가 31일 대만을 방문해, 태풍 모라꼿으로 피해을 입은 남부지역의 샤오로 마을을 찾아 희생자들을 위로하고 있다. 샤오리(대만)/AP 연합
모라꼿 피해지역 방문…‘분열’ 우려 기자회견 취소
찬반 진영 시위도…중 “숨은 의도” 겉으론 부정적
찬반 진영 시위도…중 “숨은 의도” 겉으론 부정적
티베트 불교 최고지도자 달라이 라마가 중국 쪽의 반발과 대만내 정치적 논란 속에 대만을 방문했다.
30일 밤 늦게 대만에 도착한 달라이 라마는 예정했던 내외신 기자회견을 취소하고, 곧바로 남부의 수해 피해지역으로 향하는 등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였다고 대만 <연합보> 등이 보도했다..
그는 공항에서 이번 방문에 대해 “나는 승려이고, 평화의 기도를 해달라는 요구를 받고 왔다”며 “비정치적이며 순수하게 인도적인 관심 때문에 이뤄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달라이 라마가 도착한 타이베이 타오위안 공항에서는 지지자들과 반대자들이 시위가 벌어졌다. 일부 시위대는 중국 국기 등을 흔들며 “달라이 라마 돌아가라”고 외치기도 했다. 달라이 라마는 이에 대해 언론자유가 있는 것이라며, 자신은 “분열과 독립을 위해 온 것이 아니라 수재민을 위로하기 위해 온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연합보>가 보도했다.
대만 야당 민진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초청을 받은 달라이 라마는 도착 뒤 곧바로 지난 8월초 태풍 모라꼿이 휩쓸고 가면서 최소 571명이 숨진 가오슝과 샤오린 등 남부 지방으로 향했다.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해 달라이 라마 방문에 동의한 마잉주 대만 총통과 대만 정부 고위 인사들은 달라이 라마를 접견하지 않겠다고 이미 밝혔다.
달라이 라마의 조심스러운 행보에도 불구하고, 중국 대만판공실은 “민진당이 중국의 분열을 노리는 달라이 라마를 초청한 것은 재해 피해주민 위로 이외에 숨은 의도가 있는 것으로 우리는 이를 결단코 반대한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의 고위관리는 달라이 라마의 이번 방문이 양안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신화통신>이 31일 보도했다.
그러나, 중국은 이날 예정대로 양안간 항공편 정규노선을 출범시켰다. <신화통신>은 중국 항공관리당국이 양안의 16개 항공사에 정기편 운항 허가증을 발급해 주당 108편이던 상설전세기 운항이 31일부터 270편의 정규노선으로 확대됐다고 전했다.
이는 중국이 달라이 라마의 대만 방문에 대해 표면적으로는 강력히 반대하는 뜻을 밝히면서도, 마잉주 대만 총통 취임 뒤 발전해온 양안관계를 손상시키지 않으려는 뜻을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중국은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 프랑스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 등이 달라이 라마와 면담할 때마다 각종 회의를 취소하거나 경제협력을 무산시키는 등 보복조처를 취했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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