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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시아·태평양

호주 ‘이주 빈곤아동 학대과거’ 사과

등록 2009-11-16 19:20수정 2009-11-16 23:03

“영국서 이민 와 고통받은 이들에게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어린 시절 가족과 떼어놓아서. 미안합니다. 육체적인 학대와 보살핌의 부재에 대해. 미안합니다. 어린 시절을 잃어버린 비극에 대해서.”

케빈 러드 오스트레일리아 총리가 15일(현지시각) 영국 빈곤 가정 출신 아동을 비롯해, 1930~70년에 고아원 등에서 학대받았던 ‘잊혀진 오스트레일리아인’ 50만명에게 국가 차원에서 사과했다. 러드 총리는 이 사과가 그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데 도움이 되고 오스트레일리아 역사의 전환점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영국은 자선단체를 중심으로 1618년부터 미국 버지니아주를 시작으로 아동 이민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1967년까지 아동 13만여명을 과거 식민지였던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뉴질랜드 등으로 내보냈다. 대개 빈곤 가정 출신이거나 미혼모의 자식들이었다. 실제 고아는 15%가 안 됐다. 아이들에게는 부모가 죽었으며 더 나은 삶을 보장한다고 속였다. 부모들에게는 영국 내 중산층 가정에 입양을 보낸다고 거짓말을 했다. 아동 이민은 1930년대 이후에 집중적으로 이루어졌는데, 목적지는 오스트레일리아가 가장 많았다.

아동 이민 정책의 배후에는 인종주의가 똬리를 틀고 있었다. 오스트레일리아 등에서는 아시아 이민자 증가에 위기를 느끼고 백인 이민을 대량으로 받고자 했다.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자라서 완벽한 오스트레일리아인이 될 수 있다고 믿었다. 영국은 빈곤 가정 아이들을 국외로 내보내 짐을 덜고자 했다.

어른들의 장밋빛 약속은 현지에 도착하자 거짓임이 드러났다. 아동 이민자들은 고아원, 교회, 농장에서 성적 학대를 당하거나 값싼 노동력으로 전락했다. 8살 때 오스트레일리아로 이민 온 테레사 휫필드는 “어린 시절 수녀원에서 말을 듣지 않는다고 끓는 물에 다리를 집어넣어 상처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12살 때 오스트레일리아 포도농장에서 일했던 존 헤너시는 배가 고파 포도를 몰래 따 먹다가 들켜서 벌거벗겨진 채 얻어맞았다고 회상했다.

영국 시민단체인 아동 이민 트러스트의 마거릿 험프리스 이사장은 “과거사를 인정해야만 회복이 가능하다”며, 오스트레일리아의 이날 사과를 “아동 이민 역사에 중요한 순간”이라고 말했다. 아동들을 내보냈던 영국 정부는 현재 생존자들로부터 관련 증언을 모으고 있으며 내년에 공식 사과할 예정이라고 <비비시>(BBC)는 보도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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