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내전 종식 반년만에…대선 앞 타후보 견제위해 분석도
스리랑카 내전 종식 반년이 지나고서야 타밀족 난민들이 집으로 돌아가는 채비를 차리게 됐다. 마힌다 라자팍세 스리랑카 대통령의 특별 자문인 동생 바실은 “12월부터 이들의 외출과 외부 접촉을 허용하기 시작해 내년 1월31일까지는 집에 돌려보내겠다”고 21일 밝혔다.
스리랑카 정부는 지난 5월 끝난 타밀족 분리독립 무장단체인 타밀엘람호랑이와의 내전 과정에서 타밀족 난민 30만여명을 따로 수용했다. 국제사회 압력에 난민들을 조금씩 집으로 돌려보냈지만 현재도 난민 캠프에 갇혀있는 이들이 13만명에 이른다.
타밀족들이 집을 버리고 난민 캠프로 들어온 것은 오로지 ‘살아남기 위해서’였다. 26년동안 스리랑카 정부와 내전을 벌이던 타밀엘람호랑이는 올해 초 정부군 공세에 급격히 무너졌다. 타밀엘람호랑이는 내전 종료 직전에는 타밀족 10만~25만명과 함께 북부 해안선 부근 25㎢ 지역 안에 갇혔다. 궁지에 몰린 타밀엘람호랑이는 동족을 ‘인간 방패’로 사용했고, 스리랑카 정부군은 민간인 거주를 무시하고 포격을 가했다.
교전 지역에서 탈출한 타밀족 난민은 스리랑카 정부가 복지 센터라고 이름붙인 난민캠프 안에 사실상 ‘감금’됐다. 철조망이 둘러쳐지고 군인들이 경계를 서는 난민 캠프는 외부와 격리됐다. 가족과 만남도 허락되지 않았고, 언론 접촉은 극도로 통제됐다. 구호단체도 캠프 안으로 들어가기 어렵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스리랑카 내전의 참상을 현장 조사해서 알린 공로로 제12회 지학순평화상을 받은 스리랑카 인권운동가 룩샨 페르난도는 지난 4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난민 캠프안 타밀족이 사실상 “수용소에 갇힌 죄수”라고 말했다. 난민캠프는 천막 1곳에 20명 이상이 같이 살아야 할 만큼 비좁고 위생상태도 좋지 못하다.
스리랑카 정부가 타밀족 난민을 집에 돌려보내기로 한 데는 정치적인 이유가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타밀엘람호랑이와의 내전을 승리로 이끌었던 사라스 폰세카 장군이 지난 13일 내년 대선 출마를 노리고 전역하자, 라자팍세 대통령이 폰세카를 견제하기 위해 타밀족들을 풀어준다는 분석이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스리랑카 정부는 타밀엘람호랑이와 관계있는 이들을 따로 선별할 예정이기 때문에, 일부는 집에 돌아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스리랑카 고위관리는 <옵저버>에 “타밀엘람호랑이로 활동했거나 협력한 자들이 난민 캠프안에 있다”고 말했다. 고향에 돌아가도 어려움은 남는다. 이들이 돌아갈 스리랑카 동북부에는 지뢰 150만개가 매설되어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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