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식품법 개정 합의…시민·야당 요구 수용
대만판 ‘미국산 쇠고기 파동’ 이후, 대만 정치권이 광우병 위험이 높은 부위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다시 금지하기로 합의했다. 대만은 정부 대표단을 미국에 보내 이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여당인 국민당과 제1야당인 민진당 의원들은 29일 입법원(의회)에서 벌어진 협상에서 일부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수입 금지 조항을 담아 식품안전법을 개정하기로 합의했다고 <봉황위성텔레비전>과 <아에프페>(AFP) 통신 등이 30일 전했다. 지난 10년간 광우병에 걸린 소가 발견된 모든 나라로부터 소의 뼈와 뇌, 눈, 척수, 내장과 간 쇠고기 수입을 금지하는 내용이 중심이다.
입법원 왕진핑 의장은 내년 1월5일께 합의된 개정안과 함께 뼈 있는 쇠고기에 대한 금수조치를 재개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만 총통부의 왕위치 대변인은 “정부는 미국과의 양국관계에 미칠 충격을 막고자 미국에 대표단을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 정부는 이번 결정으로 미국으로부터의 무기 구매와 미국과의 무역이 타격을 받을 것을 우려한다.
대만은 2003년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한 뒤 미국산 쇠고기 금수조처를 취했지만, 지난 10월 말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30개월 미만의 뼈 있는 쇠고기와 내장, 척수 등을 포함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전면 허용하기로 했다.
이후 시민단체와 야당을 중심으로 정부가 미국의 압력에 굴복해 국민을 광우병 위험지대로 내몰고 있다며 재협상을 요구하는 시위가 확산됐다. 재협상을 요구하는 국민투표 청원 서명자도 줄을 이었다.
정부는 새 수입 규정이 한국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규정과 비슷하고 검역을 강화해 광우병 위험을 차단하겠다고 강조했으나, 결국 ‘민의’를 거스르지 않는 쪽으로 움직였다.
미국 무역대표부와 농림부는 30일 공동성명을 발표해 “대만 입법원이 일부 미국산 쇠고기와 쇠고기 제품 수입을 불공정하게 금지하는 조항을 담은 식품위생법을 통과시키는 과정을 시작한 데 대해 실망했다”며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불과 두달 전 합의한 내용을 일방적으로 폐지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