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웅산 수치가 2002년 5월 가택연금 조처가 잠시 해제됐을 때 양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미얀마 군사정부는 1989년부터 수치에게 가택연금과 해제를 반복해왔다. 양곤/AFP 연합뉴스
연금 해제시기 처음 밝혀
풀어주기 전 총선 치를듯
‘생색내기용’ 꼼수 해석도
풀어주기 전 총선 치를듯
‘생색내기용’ 꼼수 해석도
미얀마 군사정부의 선의인가 꼼수인가.
마웅 우 미얀마 내무장관이 가택연금 중인 ‘민주화운동의 상징’ 아웅산 수치를 11월에 풀어주겠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이 25일 보도했다. 우 장관은 지난 21일 중부 차욱파다웅 지역 관리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미얀마 군사정부는 이전에도 수치의 가택연금 해제 의사를 간혹 흘려왔으나, 시기를 구체적으로 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치의 변호사는 우 장관의 발언이 사실인지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고 <비비시>(BBC) 방송은 전했다. 통산 14년 동안 가택연금 생활을 해온 수치는 지난해 8월 또다시 가택연금 18개월 연장 판결을 받았다. 세번째 가택연금 종료를 얼마 앞둔 지난해 5월 호수를 헤엄쳐 건너 집에 몰래 들어온 미국인을 당국에 신고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였다.
미얀마 군사정부가 수치를 풀어주겠다고 신호를 보낸 것에 대해 꼼수에 불과하다는 시각도 많다. 수치를 풀어주겠다고 한 11월 전에 총선을 치러, 수치의 총선 참여를 막으려 한다는 의혹이다. 미얀마 군사정부는 1990년 총선에서 수치가 이끄는 민족민주동맹(NLD)이 압승을 거두자 선거 결과를 무효화한 채, 의회 없이 20년 가까이 버텨왔다. 올해 총선을 치르기로 했지만, 일정을 밝히진 않고 있다. 민족민주동맹의 대변인 냔 윈은 <에이피>(AP) 통신에 “전혀 새롭거나 놀랍지 않다”며 “보도가 사실이라면 수치 여사가 일찍 풀려날 수 있다는 희망만 사라진 것”이라고 말했다. 미얀마 군사정부가 올해 총선을 치르는 이유는 집권 연장을 합법화하기 위한 수순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미얀마 군사정부는 최근 국제사회에 잇따라 유화적 신호를 보내고 있다. 군사정부는 미국과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의 다른 회원국들에 올해 총선을 민주적이고 공정하게 운영하겠다고 약속해왔다. 군사정부의 최고지도자 탄 슈웨 장군은 올해 초 “총선은 2010년 안에 민주적으로 치르겠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군사정부는 최근 고위 당국자들이 수치와 만나고, 수치가 외국 외교관들과 만나는 것도 허용해왔다.
우 내무장관은 수치를 풀어줄 의사를 밝힌 자리에서 10여년 동안 감금되어 있는 틴 우 민족민주동맹 부총재 또한 2월에 풀어주겠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비비시>는 군사정부가 총선 날짜를 틴 우 부총재 석방과 수치 가택연금 해제 사이로 정할 확률이 높다고 전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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